미국 공화당의 존 베이너 하원의장이 20일 재정절벽을 피하기 위해 자신이 만든 플랜B의 하원 처리를 강행하려다 당내 반발에 부닥쳤다. 베이너는 플랜B의 처리를 전격 취소했지만 하원의장 자리마저 위협받는 처지가 됐다.
베이너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협상(플랜A)에 진척이 없자 연 100만달러 이상 소득자에 대해 증세를 허용하는 플랜B를 마련, 이날 밤 투표에 부치려 했다. 그러나 밤 8시 소집된 공화당 의원총회에서 플랜B 통과에 필요한 의원 숫자가 채워지지 않자 베이너는 회의 시작 2, 3분만에 모든 계획을 철회했다. 오바마와 민주당이 반대한 플랜B는 공화당 소속 하원의원 247명 중 법안 통과에 필요한 217명의 지지를 얻는데 실패함에 따라 자동 폐기됐다. 공화당은 새로운 자체 안인 플랜C나 오바마와의 협상안을 마련해 크리스마스 이후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이로써 플랜B를 통과시켜 민주당과 오바마를 압박, 공화당에 유리한 재정절벽 협상안을 마련하려던 베이너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베이너는 이번 일로 당내 기반이 흔들리면서 재정절벽 협상력도 잃게 됐다. 베이너와 함께 투표를 강행하려 한 에릭 캔터 공화당 하원 원내대표도 정치적 상처를 입을 것으로 보인다. 제이 카니 백악관 대변인은 "베이너의 패배가 오바마와의 협상 재개를 압박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일이 오바마에 유리하게 작용할지는 속단하기 어렵다. 일부 공화당 의원들이 베이너에 반기를 든 것은 그가 공화당의 당론인 감세를 포기하고 증세를 주장한데 대한 반발이기 때문이다.
베이너의 거취도 현안으로 등장했다. 베이너가 내년 1월 3일 출범하는 113대 의회에서 하원의장으로 재선하려면 재적 과반수(218표)의 지지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탈한 감세파 의원들을 포섭하지 못하면 이는 어려워진다. 베이너는 새 협상안의 하원 통과와 하원의장 재선을 위해 민주당의 지지가 필요해진 상황이 됐다. 재정절벽 협상시한은 10일 정도 남아 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