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가까운 장래에 북한의 추가 도발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빅터 차 미국 조지타운대 교수 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한국실장은 20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열린 '한국 대통령선거 평가토론회'에서 "북한은 과거 한국에서 선거 후 16~18주일 내에 도발하는 경향을 보여왔다"면서 "이번에도 추가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의 예상대로라면 북한은 내년 4, 5월에 도발할 것으로 보인다. 스콧 스나이더 미국외교협회(CFR) 선임연구원도 "북한은 항상 한국의 새 정권을 시험해 왔다"며 차 교수의 전망에 동의했다. 그는 다만 "북한이 단시일 내에 추가 도발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며 시기를 앞당겼다.
조지 W 부시 정부 시절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담당 국장, 6자회담 미국 측 차석대표를 지낸 차 교수는 이런 추가 도발이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 방향을 결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차 교수는 별도 자료에서 "멀지 않은 시점에 북한이 추가 도발할 경우 박 당선인은 미국 정부와 관계를 공고히 하면서 정책 협력을 확실히 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며 한미공조에 기초한 대북 접근을 예상했다. 차 교수는 "박 당선인은 한미동맹의 강력한 지지자였으며 미국 정치권은 이런 그를 잘 알고 또 선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지난 20년 동안 북한이 한국 대선 이후 도발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다른 견해도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5개월만인 2008년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사건이 발생, 남북관계가 경색됐으나 그 이전까지 북한은 핵 불능화 조치의 일환으로 영변 원자로 냉각탑을 폭파하는 등 대화에 적극적이었다. 노무현 정부 때는 출범 직전인 2002년 1월 정부성명을 통해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선언했으나 이후 1년간은 별다른 도발을 하지 않았고 남북대화도 계속했다. 북한은 1998년 김대중 정부 출범 6개월 뒤 대포동 1호 미사일을 시험발사했고 김영삼 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3월에는 NPT 탈퇴를 선언했다. 북한의 도발 형태나 시기가 일관성을 띠고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날 참석자들은 박 당선인이 추가 도발이 없더라도 북한과 조건 없는 일방적 대화에 나서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 당선인은 2010년 천안함 폭침 사태 이후 중단된 남북대화를 재개할 뜻을 밝혀왔다. 조지프 디트라니 전 국무부 한반도 담당 특사는 "박 당선인이 북한을 향해 손을 내밀고 대화를 추진하겠지만 신뢰구축, 비핵화 진전에 대한 북한의 태도를 감안한 상호주의를 지킬 것"으로 예상했다. 차 교수도 "박 당선인이 대화를 추구하겠지만 그것이 무조건적인 대화는 아니다"고 말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 한미경제연구소(KEI)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는 국무부, 의회, 싱크탱크의 인사 등 100여명이 참석했다.
한편 일본 법무성 산하 정보기관인 공안조사청은 북한이 내년에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공안조사청은 21일 발표한 '내외정세의 회고와 전망'에서 최근 장거리 로켓을 발사한 북한의 향후 동향과 관련해 "핵실험 등 추가 강경 조치를 선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