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역 프로 기사가 올해 기술 고시(5급 기술직 공무원 공채 시험)에 합격해 화제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발표한 2012년 기술 고시 최종 합격자 77명 가운데 13년차 프로 기사 윤재웅 4단(28)이 포함된 것이다. 올해 5급 기술직 공채에는 전국에서 1,157명이 응시해 1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윤재웅은 김원 7단 문하로 2000년 8월에 입단, 2010년 4단으로 승단했다. 특히 중학교 재학 중 바둑 공부를 위해 학업을 포기했다가 스무 살부터 다시 공부를 시작해 고입, 대입 검정고시를 거쳐 대학에 진학했다. 마침내 그 어렵다는 기술 고시까지 합격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그의 특이한 경력과 불굴의 의지가 바둑가에 화제가 되고 있다.
대전 출신인 윤재웅은 일곱 살 때 처음 바둑을 배운 후 뛰어난 기재를 보여 초등학교 5학년 때 서울로 올라와 한국기원 연구생 생활을 시작했지만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1년 만에 자퇴, 고향으로 내려갔다. 하지만 도저히 바둑의 꿈을 버리지 못하고 1998년 중2까지 다니던 학교 생활을 접고 다시 서울로 올라와 김원 7단 문하에 들어가 바둑 공부에 매진, 드디어 2000년 지역 연구생 입단 대회서 꿈에 그리던 프로 입문에 성공했다.
그러나 프로의 길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입단 첫 해 5승 6패를 기록했고 이듬해 18승16패, 그 다음 해 7승 13패 등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았다. 이런 정도로는 치열한 승부의 세계에서 도저히 살아남기 어렵다는 판단이 들었다. 많은 고민 끝에 입단 5년째를 맞는 2004년 다시 한 번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
공부 쪽으로 다시 방향을 전환했던 것. 주위에서는 너무 늦은 게 아니냐며 걱정도 많았지만 바둑 공부에 쏟았던 열정과 노력이면 무엇이든 충분히 가능하다고 믿었다. 결국 고입 검정 시험에 이어 대입 검정 시험까지 패스, 한 번 재수 끝에 2007년 23살의 늦은 나이로 연세대 전기전자공학과에 합격했다. 이후 아무래도 바둑과는 조금 멀어졌다. 지난 13년간 공식 기전에서 거둔 성적이 107승 1무 152패. 특히 올해는 고시 공부 때문에 1승9패에 그쳤다.
대학 2학년 때 기술 고시에 뜻을 두었고 작년부터 학교 고시반에 들어가 본격적으로 공부했다. 어린 시절 하루 12시간 이상 바둑 공부에 매진한 경험 덕에 남들보다 오래 책상 앞에 앉아 있을 수 있었다. 바둑을 통해 체득한 집중력이 합격에 큰 도움이 된 셈이다. 윤 4단은 "바둑이 아닌 이야기로 화제가 됐다는 게 프로 기사로서 부끄럽다"며 "다만 어릴 때 바둑에 너무 매진하다가 다른 공부의 시기를 놓쳤다고 아쉬워하거나 지레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내가 하나의 본보기가 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합격 소감을 전했다.
장병욱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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