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직원이 전표 등을 위조하는 초보적인 수법으로 2년 6개월 동안 165억여원의 거액을 횡령했지만 회사는 이를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중앙지검 형사7부(부장 김재훈)는 회사 돈 165억여원을 빼내 도박 등에 탕진한 혐의(횡령 및 재산국외도피 등)로 삼성전자 전 직원 박모(32)씨를 구속 기소했다고 21일 밝혔다.
박씨는 2010년 4월부터 지난 10월까지 삼성전자 재경팀 자금그룹에서 채권 매각과 외화 운용, 여신 관리 업무 등을 담당하며 법인계좌의 입출금 업무를 맡았다. 그는 2010년 10월4일 출금전표 양식의 ‘발신일자’란에 ‘2010.10.4’라고 기재된 인쇄물을 오려 붙이고 ‘수출 대고객 수수료’란에는 6,700만원이라고 적힌 인쇄물을 붙인 후 복사했다. 박씨는 이렇게 위조한 문서를 경리팀에 제출해 법인 인감을 받은 후 거래 은행에 제시해 지정한 계좌로 돈을 송금받았다. 회사에는 역시 위조한 은행 영수증을 제출해 횡령 사실을 속였다. 그는 이런 수법으로 5차례에 걸쳐 돈을 빼돌렸다. 그는 또 펌뱅킹 수수료나 인지세를 부풀리는 방식으로 61차례에 걸쳐 거액을 빼돌렸다. 출금전표 양식의 금액란에 ‘7만3,000원’을 기재해 결제를 받은 후 이 금액 앞에 ‘930’을 첨가해 9,300만원을 빼돌리는 식이었다.
삼성전자는 최근 자체 감사에서 박씨의 횡령 사실을 적발해 경찰에 수사 의뢰했지만 최초 범행이 발생한 지 이미 2년 6개월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박씨는 165억여원을 환치기 업자를 통해 해외계좌로 빼돌렸다. 검찰은 박씨가 이 돈을 마카오 원정 도박과 개인채무 변제 등에 썼다고 전했다. 박씨는 앞서 상습도박죄로 지난달 법원에서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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