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이례적으로 남한의 대선 결과를 신속하게 보도하면서 향후 남북관계 개선 가능성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은 20일 밤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지난 19일 남조선에서 진행된 대통령 선거에서 치열한 접전 끝에 새누리당 후보가 근소한 차이로 당선됐다"고 전했다. 21일 조선중앙방송도 같은 내용을 보도했고, 노동신문은 5면에 남한의 대선 결과를 소개했다.
1990년대 이후 북한은 대선 결과를 통상 2~3일이 지난 뒤에 공개해왔다. 2007년 12월 이명박 후보의 당선 소식은 아예 전하지 않았다. 북한이 박근혜 당선인의 이름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대선을 앞두고 '역적 패당' 운운하며 박 당선인과 새누리당을 거칠게 비판하던 것과 크게 달라진 모습이다.
이에 북한이 내년 1월과 2월 미국과 한국의 대통령 취임식을 계기로 고위급 인사교류 등을 통해 남한의 차기 정부와 관계 개선을 모색할 것이라는 전망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최진욱 통일연구원 기조실장은 "북한은 남한으로부터 지원받아야 할 것이 많기 때문에 굳이 선거 이후까지 날을 세울 필요는 없다는 판단을 했을 것"이라며 "중국 등을 통해 남한과 교감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박 당선인도 이명박 정부에 비하면 북한에 대해 상대적으로 유화적인 입장이다. 현 정부의 엄격한 대북 상호주의가 북한의 의미 있는 변화를 유도하지 못했다는 판단에서다. 박 당선인은 특히 "전쟁을 하는 국가 사이에도 대화채널은 열려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바 있다.
하지만 당분간은 남북한 모두 흐름을 지켜보며 관망할 가능성이 높다. 남한의 차기 정부로서는 장거리 로켓 발사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국면이 지속되는데다 남북관계를 가로막고 있는 5ㆍ24조치 해제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조성되지 않아 운신의 폭이 좁은 상황이다.
북한도 앞으로 박 당선인의 발언이나 구체적인 정책을 보고 나서 행동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위협적인 언사나 강경한 태도로 박 당선인의 대북정책 변화 의지를 시험할 수도 있다.
황지환 서울시립대 교수는 "북한은 다양한 방식으로 박 당선인의 의중을 떠볼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와 확실히 다르다는 판단이 선 이후에야 본격적인 대남 관계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이 핵실험을 비롯해 대남 도발을 감행할 우려도 제기된다. 실제 북한은 풍계리 핵실험장의 준비를 모두 끝내고 정치적인 결단만 남겨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올해 들어 서해에서 서북도서 기습 점령훈련을 반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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