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 시간강사들은 지난 4월부터 14차 교섭까지 진행한 임단협을 한 해가 저물어가는 지금까지 마무리짓지 못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국공립대 시간강사 강의료를 1시간당 올해 7만원으로 책정했는데, 학교는 "권고사항이지 꼭 준수할 필요 없다"고 버티고 있는 탓이다. 임단협 타결이 늦어지면서 경북대 시간강사들은 시간당 강의료와 강의준비금 총 6만5,500원을 받고 있다. 지난해 기준 액수이다.
전남대는 총장직전제를 폐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올해 교육역량강화사업 재정지원을 받지 못하게 되자 강의료 지출을 줄이기 위해 교수 등 전임교원들에게 강의를 더 많이 맡기고 시간강사의 강의는 줄이겠다고 강사들에게 통보했다. 강의 축소는 강사들의 해고를 의미한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은 20일 서울 정부중앙청사 후문 앞에서 집회를 열고 "비정규교수 노조를 만든 지 23년이 되는 올해 처음으로 5개 대학 동시 파업과 농성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노조는 "학과 통폐합, 폐강기준 강화, 최대수강인원 확대, 전임교원 담당 시수와 잔업수당 지급 등을 통해 비정규 교수(시간강사)들은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며 "임금 몇 푼 올리며 장밋빛 내일을 기약할 수 있는 그런 상황이 아니다"고 밝혔다.
파업을 가결한 대학은 부산대 경북대 전남대 영남대 조선대다. 기말고사가 끝나가는 시점이기 때문에 시험 성적 입력을 지연하는 형태로 파업에 참여한다. 성적 입력을 하지 않으면 학점 산출이 안돼 학교 업무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김상목 비정규교수노조 사무국장은 "학생들에게 피해가 최소화하도록 하기 위해 강의 자체를 거부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과부가 대학평가를 강화하면서 시간강사에게 불똥이 튀기도 했다. 부산대는 전임교원 한명이 과목을 개설하면 시간강사가 그 과목을 하청 받듯이 나눠서 가르치도록 하고 있는데, 전임교원의 강의분담률이 대학평가에 반영되면서 등장한 독소 조항이다.
노조측은 "영남대는 시간강사를 대량해고하고 무늬만 교수인 교책객원교수(계약직 교수)를 대거 뽑는다고 선언했고, 조선대는 학교 통폐합을 시도하면서 비정규직 교수에게만 고통을 전가해 대량해고가 불가피하다고 공언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간강사들은 1~2개 대학에서 강의를 담당하며 한해 연봉 1,000만원 가량의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그나마 국립대는 나은 편이다. 정부는 국공립대 시간강사의 시간당 강의료를 올해 7만원, 내년 8만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하고 비용의 70%를 지원하고 있다. 사립대는 시간당 강의료가 2만5,000~7만원까지 천차만별이며, 평균 4만5,000원에 불과하다. 김상목 사무국장은 "대학 눈치보기 때문에 강사들이 노조 가입도 어렵다"고 말했다. 현재 비정규교수노조에는 9개 대학만 가입돼 있다.
시행시기가 1년 미뤄지긴 했지만 시간강사법 개정안은 강사들이 불만을 더욱 가중시키고 있다. 일주일에 9학점 이상 강의하는 전업강사를 교원확보율에 반영할 수 있게 해 나머지 시간강사들의 대량해고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서울 A대학 김모 교무처장은 "전임들이 많이 하고 시간강사 줄이는 방향으로 추진할 것 같다"고 말했다.
노조는 27일 교과부 관계자들과 만나 시간강사 정리해고 중단과 처우 현실화 등 요구사항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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