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전 다리모양 대부분 O자… 3, 4세쯤엔 반대로 X자로5, 6세는 돼야 일자 '제모습'… 근거없는 요법 시행 땐 증상 악화평발·안짱걸음도 자라면 사라져성장통 증상 심하거나 반복 땐 류마티스 관절염·백혈병일 수도
나는 작지만 내 아이는 쑥쑥 자라게 해주고 싶은 게 요즘 부모 마음이다. 이를 겨냥한 성장 치료가 우후죽순으로 생겨났다. 그러나 무리한 치료도 뒤늦은 치료도 건강한 성장을 방해한다. 소아정형외과 전문의와 함께 아이들의 뼈가 자라고 치유되는 과정을 2회에 걸쳐 짚어 본다. 어떤 치료보다 내 아이의 성장을 이해하는 게 먼저다.
요즘 인터넷에서 유아용 다리 보조기 찾아 보기가 어렵지 않다. 말도 잘 못하는 어린 아이에게 다리가 휘었다며 비싼 보조기를 사다 채워놓는다는 얘기다. 조금이라도 더 길고 예쁜 다리를 만들어주고 싶은 부모 마음을 탓할 수만은 없지만, 아이 다리가 원래 어떻게 자라는지를 알면 대부분은 불필요한 일이다. 어릴 때 다리는 원래 대부분 O자 모양이다.
O자 X자 그리고 일자
갓 태어난 아기나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기의 다리를 관찰해 보면 대부분 둥글게 휘어 있다. 의학적으로 말하면 넙적다리뼈와 정강이뼈가 바깥쪽으로 구부러진 밖굽이무릎(O자 자리, 내반슬)이다. 이 상태는 보통 아이가 만 18개월 때까지 계속된다. 그러다 아이가 만 3~4세쯤 되면 이번엔 다리가 반대로 X자 모양으로 바뀐다. 무릎 아래가 바깥쪽으로 휘어지는 안굽이무릎(X자 다리, 외반슬)이 되는 것이다.
아이 다리가 비로소 어른들 눈에 정상적인 일자 모양으로 보이는 건 만 5~6세 들어서다. 그 전까지는 다리 모양이 O나 X자 모양으로 휘어져 있어도 정상적으로 발달하는 과정이니 별달리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다. 당연히 특별한 치료도 필요 없다.
하지만 이런 사실을 알지 못한 채 일부 부모들이 키를 키우거나 예쁜 다리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바람 때문에 어린 아이에게 의학적으로 검증되지 않은 보조기나 교정기, 각종 운동요법을 시행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전문의들은 우려한다. 그냥 둬도 자연스럽게 일자 다리가 되는 걸 보조기 덕분에 다리 모양이 바뀐 것으로 오해하거나 근거 없는 요법으로 아예 증상을 악화시킨다는 것이다.
평발이나 안짱걸음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어린 아이들의 걸음걸이를 자세히 살펴보면 안짱걸음이 많다. 넙다리뼈나 정강이뼈가 안쪽으로 돌아가 있어서 두 발끝을 안쪽을 향해 들여 모아 걷는 것이다. 아이들이 종종 다리를 W자 모양으로 구부려 앉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안짱걸음 역시 역시 자라는 동안 다리 모양이 전체적으로 일자로 변하면서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 대부분 고쳐진다.
첫 돌 전후 아기들은 거의 발바닥이 편평하다. 살이 통통하게 올라 있을 뿐 아니라 관절도 유연하기 때문이다. 가운데 부분이 움푹 들어간 보통 발바닥 모양이 나오는 건 만 5~6세 돼서부터다. 세 돌짜리 아이의 신발에 평발 교정용 깔창을 맞춤 제작해 끼우는 건 이 같은 정상적인 성장 과정을 모르는 처사다.
주선영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소아정형외과 교수는 "병적인 평발, 질환으로 인한 내ㆍ외반슬 같은 변형 등이 드물게 있을 수 있다"며 "아이가 평발이면서 발이나 발목이 아프다고 호소하는 경우, 만 3세 이후에도 O자 자리가 개선되지 않는 경우 등은 소아정형외과 전문의의 진단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성장통엔 마사지와 온찜질
아침에 일어나 갑자기 다리가 아프다면서 잘 걷지 못하거나, 낮엔 잘 놀다 밤이 되면 다리가 아프다고 칭얼거리는 아이들 종종 있다. 이런 일을 처음 겪는 부모들은 아이 다리에 이상이 생긴 줄 알고 깜짝 놀라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대부분은 자라는 동안 자연스레 생기는, 일종의 성장통이다.
만 3세 이후부터 늦게는 5, 6세까지도 나타나는 성장통의 원인에 대해서는 아직도 의학적으로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아이가 아프다고 할 때 살살 주무르듯 마사지하거나 따뜻한 수건으로 찜질을 해주면 대개는 좋아진다. 많이 아파하는 아이에게는 소염 진통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하지만 증상이 계속되면 가벼이 봐선 안 된다. 대퇴골두 무혈성 괴사의 초기 증상이거나 드물지만 류마티스 관절염 혹은 백혈병 등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주 교수는 "백혈병이 생긴 아이들이 처음 병원을 찾는 이유의 약 4분의 1이 바로 관절통"이라며 "성장통 증상이 심하거나 자주 반복된다면 병원에 가 진료를 받아보길 권한다"고 말했다.
성장통을 겪는 시기가 지나면 적잖은 부모들이 아이 키에 더욱 조바심을 내기 시작한다. 키가 눈에 띄게 크는 시기는 여아는 보통 초경 직전, 남아는 이보다 2년쯤 뒤다. 그러나 성장 속도는 워낙 사람마다 차이가 크기 때문에 평균보다 늦게 크는 경우가 얼마든지 있다. 근거 없는 성장 요법에 현혹되지 말고 규칙적인 운동에 권장량을 지키는 식사가 아이들 성장에는 가장 좋다는 게 전문의들의 공통된 견해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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