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보들의 승부만큼 지상파 3사의 대선 개표방송 경쟁도 치열했다. KBS MBC SBS는 19일 아침부터 선거관련 특집방송을 통해 다양한 첨단기술을 총동원해 차별화된 내용과 방식으로 총력전을 펼쳤다.
4ㆍ11 총선 때부터 강세를 보여 온 SBS는 이날 독창적인 그래픽과 콘텐츠로 관심을 모았다. SBS는 영화 '친구', 예능 프로그램 '정글의 법칙', 펜싱경기 장면 등에 두 후보 얼굴을 합성해 시각적으로 눈에 띄는 영상을 선보였다. 지역별 개표상황에 맞춰 두 후보가 펜싱 경기에 돌입, 상대의 몸에 공격을 가하거나 피해를 입는 모습이 그려졌다. 두 후보는 엎치락뒤치락 레이싱을 펼치기도 했다.
그간 대선방송에서 시도별로만 발표하던 투표율을 251개 시ㆍ군ㆍ구 지역 투표율까지 집계하고, 각 지역의 과거 표심을 비교 가능하게 한 점도 시청자의 이해를 도왔다. 회사원 서경우씨는 "SBS의 그래픽은 코믹하고 참신해 이목을 끌긴 했지만 반복적으로 이어져 지루한 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대선방송을 너무 희화화하여 가볍다는 지적도 잇따랐다.
지난 총선 개표방송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했던 KBS는 건물 외벽을 스크린으로 활용해 영상물을 투사하는 방식인 '미디어 파사드'를 선보였다. 서울 광화문의 한 빌딩을 미디어 파사드로 변모시켜 화려한 볼거리를 선보이겠다는 계획이었으나 SBS의 그래픽 효과에는 미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SBS와 MBC가 개표 결과 추이를 실시간으로 보도하는 데 집중한 반면 KBS는 '이게 바로 대통령 스타일' '대통령을 팔아라' 등의 기획물과 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을 내보내거나 각 캠프의 움직임과 투ㆍ개표 현장 등을 생중계하는 등 콘텐츠의 다양성에 신경을 쓴 점이 눈에 띄었다.
노조원들의 파업으로 지난 총선 개표방송에서 지상파 3사 중 시청률 꼴찌의 수모를 겪었던 MBC는 이번에도 여러 모로 경쟁사에 미치지 못했다. 역동적인 화면과 알기 쉬운 그래픽을 보여주겠다는 취지 아래 지역별 특산 떡과 국민의 희망 메시지를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으나 전체적으로 정보 전달과 시각적 참신함에서 경쟁사에 뒤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일부 방송을 개그맨 박명수가 진행하고 '나는 가수다'의 신정수 PD가 연출을 맡았으나 이 역시 별다른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지역별 개표 상황을 방송하던 중 음향 사고가 난 점도 감점 요인이었다. 회사원 강서윤씨는 "전체적으로 MBC는 그래픽 구현에 있어 타 방송사에 비해 밋밋했고 콘텐츠 기획에 있어서 특색이 없었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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