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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점 얼룩진 한해… '참회'가 지상명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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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점 얼룩진 한해… '참회'가 지상명제로

입력
2012.12.19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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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 개신교 등 한국의 주요 종교계는 올해 오점투성이였다. 불교계는 조계종 스님들의 도박 비디오가 공개돼 파문을 일으켰고 개신교는 대형교회의 세습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개신교 최대 교단 총무가 총회장에서 가스총을 꺼내 드는 어처구니 없는 일도 벌어졌다.

종교계의 이런 얼룩진 모습들은 신도들에게 '오계' '십계명'을 상기시키고 따르도록 독려하기에 앞서 스님, 목회자 등 종교인들이 먼저 자신을 진지하게 되돌아보아야 한다는 교훈을 남긴다. 올해 한국 종교계를 정리하는 한마디는 '참회'다.

도박 승려들 솜방망이 징계

지난 5월 전남 장성 백양사 근처 호텔에서 조계종 승려 8명이 술, 담배를 하며 포커 도박을 벌이는 모습을 담은 몰래 비디오 영상이 공개됐다. 도박판을 벌인 사람에는 조계사 주지와 부주지 등 조계종 내 유력 스님들이 포함돼 있었다. 조계종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졌고 자승 총무원장이 참회문을 발표했고 진제 종정이 "대신 참회한다"는 뼈아픈 반성의 말을 토로했다. 이후 조계종 총무원이 종단 쇄신안을 만들었지만 최고의결기구인 원로회의의 반대로 아직까지 채택하지 못했다. 자성 움직임의 단초가 됐던 도박 사건과 관련해 조계종은 비디오 촬영을 지시한 승려의 승적을 박탈한 반면, 음주 도박을 한 승려들에게는 공권 정지 3년의 결정을 내렸다.

교회 세습 제동 갈수록 거세져

교회 내부는 물론이고 전 사회적으로 지탄 받는 대형교회의 목회 세습은 올해도 여전했다. 왕성교회 등 여러 교회들이 담임목사 자리를 자식에게 물려주었거나 물려주려는 시도를 한다는 의혹을 받았다. 지난 9월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의 총회장에 교단 총무가 용역 동원을 비판하는 대의원들의 지적에 맞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며 "나는 지금 총을 가지고 있다"고 가스총을 빼내 든 사건은 보는 사람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교회 내부의 반성과 개혁 움직임도 만만치 않았다. 대형교회 세습 '원조'인 서울 강남 충현교회 설립자 김창인 목사는 지난 6월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한 것이 일생일대의 최대 실수"라며 눈물로 회개했다. 감리교는 개신교 주요 교단으로는 처음 교회세습방지법을 통과시켰고 개신교 개혁단체들은 '교회세습반대운동'을 출범시켰다.

종교의 사회 참여 모색 활발

종교계가 적극적인 사회 참여를 모색한 것은 기억할만하다. 개신교(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나 가톨릭(정의구현사제단)에 이어 조계종이 비정규직 차별, 부당해고 등으로 발생하는 노동자들의 권익을 보호하고 이로 인한 사회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 8월 노동위원회를 출범시킨 점이 주목할만하다. 조계종 노동위는 불교계뿐 아니라 다른 종교들과 함께 쌍용차 해고노동자와 경영자를 오가며 수 차례 만나고 대화하는 등 노동문제 해결에 노력했다.

문선명 타계, 세계가 주목

지난 9월 폐렴 합병증으로 타계한 문선명 통일교 총재는 올해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종교인이다. 국제합동결혼이나 해외 대규모 집회, 북한 방문, 문화사업 등 선교에 '이벤트'를 적극 활용한 것은 물론 기업 운영 등을 통해 막대한 부를 쌓았다. 하지만 자신을 메시아로 자처하는 교리 때문에 그는 92세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기독교 이단' 혐의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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