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방방곡곡 아름다운 자연 속에 숨어있는 음식의 역사를 찾아 떠났던 KBS 1TV '한국인의 밥상'이 2년여 만에 100회를 맞아 신라 천년 고도 경주를 찾는다. 20일 밤 7시 30분 방송되는 이 특별한 여정을 위해 진행자 최불암의 아내이며 배우인 김민자가 동행한다.
불국사와 석굴암 등 유네스코 등재 세계문화유산이 곳곳에 자리잡은 경주는 한국인이라면 한번쯤은 가본 곳이지만 정작 그 곳의 음식 문화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프로그램은 밤이 가장 길다는 동지(冬至)를 하루 앞두고 팥으로 차린 경주의 옛 밥상을 통해 팥죽 한 그릇으로 함께 어려움을 이기고 복을 나누던 정을 맛본다.
경주를 찾았던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기억하는 빵, 바로 황남빵이다. 일제 강점기였던 1937년 처음 문을 열어 3대를 이어오는 이 빵의 주재료는 팥이다. 밤과 낮의 기온차가 큰 경주의 산내면 일대에는 오래 전부터 팥을 재배하는 농가가 많았다. 갑자기 손님이 찾아오면 즉석에서 만들어내던 팥주걱떡, 가난한 시절 식구들의 배를 채워주던 팥수제비는 든든한 한끼였다. 다른 지역에서는 먹지 않는 팥잎도 나물이나 죽으로 챙겨 먹었던 경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프로그램은 경주를 대표하는 가문 최부잣집을 찾았다. 동서고금을 통해 수많은 부자들이 있었지만 오랜 세월 변함없이 주위의 존경과 칭송을 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12대, 400여년간 부를 이웃과 나누며 살아온 최부잣집에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손님들을 위해 차려지던 밥상에는 나눔의 가치를 목숨처럼 지키며 살아온 사람들의 의자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주 밥상의 가치는 오랜 세월 좋은 일, 궂은 일을 함께하는 데 있지 않을까.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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