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비어있는 교실이 미술 작업실이나 전시실로 변신하는 것 자체가 거대한 예술 작품인 셈이죠.”
서울 마포구 상수동 72의 1. 8월 마포구 성미산으로 옮긴 홍익대부속초등학교의 옛 주소다. 학교는 넉달 째 공동화 상태. 이를 접한 정연심(44) 홍익대 예술학과 교수가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를 냈다. 옛 학교 건물을 주제로 실험미술전 ‘프로젝트 72-1: 실험실로서의 학교’를 기획한 것이다.
정 교수는 19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홍익초교는 1966년 개교해 47년간 자리를 지켜온 역사적인 건물”이라며 “이런 곳에서 진행하는 실험미술전이라 의미가 남다르다”고 했다. 학교라는 공간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계기가 될 거라는 뜻이다.
이번 프로젝트는 홍익대 출신 작가 30여 명이 의기투합해 10일부터 진행하고 있다. 회화뿐만 아니라 설치, 영상, 건축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이 25개의 공간에 나눠져 선보이고 있다. “문을 닫은 학교 건물에 남은 책상이나 의자 같은 폐자재를 활용한 작품들을 만들고 전시한다는 게 신선하지 않나요? 작업실이 또 하나의 작품이 되는 것이지요. 공간성을 기초로 작업이 이뤄졌습니다.”
참여 작가들은 과학실, 컴퓨터실, 방송실, 미술활동실, 전산실 등 학교의특별 공간들을 그대로 살려 작업실로 활용했고, 전시 공간으로도 바꿨다. 학교가 작가들에게 창의성, 실험성, 향수의 공간으로 확장돼 무궁무진한 상상의 공간으로 발전한 것이다. 폐자재 사용은 물론 시멘트 바닥과 거친 콘크리트 벽, 철제가 드러난 기둥 등의 자연스러운 노출도 ‘예술’로 변모했다. 정 교수는 “미국 뉴욕 P.S.1 현대미술센터도 폐교된 공립 초등학교를 개보수해 미술관으로 재탄생한 경우”라며 “이걸 시작으로 40여년 동안 미국에서 비슷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도 오래된 건물이라고 버리지 않고 오히려 미술 공간으로 바꾸는 노력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실험미술전을 기획하면서 세대간 교감도 체험했다. 60대 배병우 사진작가부터 지난해 미대를 졸업한 20대 최진석 설치작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작가들이 참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를 떠올리면 우리의 향수를 당장 자극하고, 어린 아이에서부터 노인들까지 세대간의 공감도 확실하잖아요? 프로젝트 참여 작가들도 세대를 아우르며 한 공간에서 작업하며 서로를 교류했어요. 손주와 함께 온 할머니, 어머니와 딸 등 지역주민들도 관람객이 되어 세대간 소통을 하고 있습니다. 옛 건물이 준 선물이지요.”
전시회는 원래 22일까지 열릴 예정이었지만 내년 1월 중순까지 연장될 것으로 보인다. 정 교수는 “외부의 관심이 의외로 뜨겁다”고 했다.
강은영기자 kis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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