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지리아 바옐사주 브라스섬의 현대중공업 공사 현장에 무장 괴한들이 들이닥친 것은 17일 오후 3시쯤(현지시각)이다. 괴한들은 휴대한 총으로 현장에서 근무하던 채모(59)씨 등 한국인 직원 4명과 나이지리아 근로자 2명을 위협해 자신들의 쾌속정으로 데려갔으나 출발 직후 현지인 근로자 한 명은 쾌속정에서 하선시켰다. 쾌속정에서 내린 이 현지인 근로자는 혼자 수영해 현대중공업 현장으로 복귀했다. 괴한들이 한 명을 풀어준 것은 너무 많은 인원이 쾌속정에 탑승할 경우 배의 안전 운항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현장에는 현대 중공업 소속 한국인 근로자 6명이 체류 중이었는데 다른 2명은 숙소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 회사가 위치한 바옐사주를 포함해 나이지리아 남부 지역은 치안이 불안한데다 반군 세력의 영향력이 강한 곳이어서 외국인 납치 사건이 종종 발생해 왔다.
2006년 6월 대우건설 근로자 등 한국인 5명은 포트 하코트 내 대우건설 현장에서 현지 무장세력에 의해 납치됐다가 하루 만에 풀려나는 등 이번까지 모두 5차례 한국인 납치 사건이 발생했다. 가장 최근에는 올 4월 대우건설 직원이 납치된 지 일주일 만에 석방됐다.
이들 납치범들은 군대에 버금가는 화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늪 지역에서 쾌속정을 활용해 현지 군이나 경찰 추격을 따돌리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그간의 피랍 사태에 비추어 납치범들이 조만간 석방 대가로 금전을 요구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교부는 18일 긴급 관계 부처 대책회의를 열고 나이지리아 외교부, 치안당국, 주정부 등과 긴밀한 협조를 통해 근로자들이 하루 빨리 석방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외교부는 또 재외동포영사국장을 반장으로 주나이지리아 대사가 현장 지휘를 담당하는 비상대책반도 가동시켰다.
조태영 대변인은 "정부는 피랍 근로자들이 아무 탈 없이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 하겠다"고 밝혔다.
약 650명의 한국인이 체류 중인 나이지리아에는 현대중공업, 대우건설 등 11개 국내 기업이 진출해 있다. 이중 현대중공업 근로자는 모두 38명이다.
사정원기자 sj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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