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지주의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가 결국 무산됐다.
KB금융지주는 18일 서울 명동 본사에서 임시 이사회를 열고 ING생명을 인수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KB금융이 8월 말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의향서를 제출한지 4개월 만이다. 인수가격과 보험산업 전망을 놓고 어윤대 KB금융 회장과 사외이사들 간 의견 차가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어 회장의 베이징 술자리 소동(본보 5일자 2면) 이후 금융당국조차 ING 인수에 부정적 입장을 보이면서 결국 예정된 수순을 밟았다는 분석이다. KB금융의 숙원사업인 '비(非)은행부문 강화'에 차질이 생김에 따라 어 회장의 레임덕도 가속화할 전망이다.
KB금융 이사진은 이사회 개최에 앞서 의견 조율을 벌였으나 끝내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결국 찬반투표까지 갔다. 그 결과 찬성 5명, 반대 5명, 기권 2명으로 ING 인수안은 부결 처리됐다. 이사회 투표에는 어 회장과 임영록 KB금융 사장 등 상임이사 2명, 민병덕 국민은행장 등 비상임이사 1명, 사외이사 9명 등 총 12명이 참석했다. KB금융 경영진(3명)을 제외하면 사외이사 9명 중 단 2명만 찬성한 셈이다. KB금융 관계자는 "이사회가 비은행 계열사 육성과 새로운 수익원 창출을 위한 보험사 인수의 필요성에는 공감했지만, 좋지 않은 내년 경제전망에 대비해 자본적정성을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해 인수를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이사회를 앞두고 KB금융 내부에선 표결을 통해 인수가 결정될 것이라는 예측이 우세했다. KB금융 측이 끈질기게 국민은행 노조를 설득해 ING 인수 동의를 받아낸 점이 사외이사들에게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흘러나왔다.
하지만 끝내 사외이사들의 마음을 돌려놓지 못했다. 일부 사외이사들은 ING생명 인수의 위험성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가격도 5일 공개된 2조2,000억원대와 큰 차이가 없어 보험산업의 불투명한 미래와 인수가격 및 인수시기의 적정성 등을 여전히 문제 삼았다는 것이다. 한 사외이사는 "KB금융 전체에 도움이 되는지를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노조의 입장 변화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불투명한 금융업계의 미래였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선 어 회장의 베이징 술자리 소동이 본보 단독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사실상 ING 인수가 무산 국면으로 접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금융당국은 어 회장이 지난달 20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국민은행 현지법인 개소식에 참석한 뒤 사외이사들과 가진 저녁 자리에서 술잔을 깨고 고성을 지른 사건에 대해 경위서를 요구했다. 금융당국의 강한 질책 자체가 KB금융의 ING 인수에 부정적 시각을 드러낸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설령 이사회에서 인수안이 통과되더라도 금융당국의 승인 절차가 순탄치 않을 상황이었다.
이번 ING생명 인수 좌절로 임기를 7개월여 남겨둔 어 회장의 영향력은 급속히 약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어 회장은 2010년 7월 취임 이후 줄곧 보험, 증권 등 비은행 부문 인수합병(M&A)에 눈독을 들였지만, 임기 중 사실상 단 한 건의 M&A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박관규기자 ac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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