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돌과 인디,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다. 가요계를 좌지우지하던 아이돌 그룹의 열풍이 수그러들고 있는 반면 인디 뮤지션들의 인기는 날로 올라가고 있다. 인디 밴드가 대규모 공연장에서 단독 콘서트를 하고 인기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아이돌 그룹과 협업하는 일은 이제 흔한 풍경이 됐다. 바야흐로 '인디 전성시대'다.
인디 뮤지션들의 인기는 연말 공연장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인디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1인 밴드 에피톤 프로젝트가 7~9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연 3회 공연에는 총 4,000여 관객이 몰렸다. 20~30대 여성 관객이 대부분으로 모든 공연이 매진됐다. 뛰어난 가창력에 작사ㆍ작곡 실력까지 갖춘 3인조 혼성 보컬 그룹 어반 자카파는 감성적이고 부드러운 음악으로 '인디'라는 표현이 무색할 만큼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부산(15ㆍ16일)을 시작으로 서울(21ㆍ22일), 수원(24ㆍ25일)에서 열리는 이들의 6회 공연 총 1만여석 티켓이 모두 팔려나갔다. 이들의 공연 역시 20, 30대 여성 관객이 압도적으로 많다.
해외 가수나 국내 아이돌 그룹의 공연이 주로 열리는 대형 공연장에 입성하는 인디 뮤지션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아메리카노'로 유명한 인디 듀오 10cm(십센치)는 내년 2월 23일 1만명을 수용할 수 있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실내 공연장인 서울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에서 2집 발매 기념 콘서트를 한다. 체조경기장은 마룬5, 스티비 원더, 엘튼 존 등 팝스타들과 빅뱅, 슈퍼주니어 같은 아이돌 그룹들처럼 '티켓 파워'가 입증된 뮤지션들만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이다. 신예 인디 밴드 글렌체크는 31일 3,000석 규모의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공연한다. '인디' 딱지를 뗀 지 오래인 록 밴드 넬은 6,00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24일 크리스마스 콘서트를 연다.
인디 뮤지션들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이라도 하듯 정상급 인기 가수들과의 협업도 날로 늘고 있다. 현재 각종 음원차트 정상을 지키고 있는 이승기의 '되돌리다'는 에피톤 프로젝트가 작사ㆍ작곡한 곡이다. 이승기가 소속된 후크엔터테인먼트의 최선희 이사는 "'인디'라고는 하지만 좋은 곡을 만드는 뮤지션들이 많다"면서 "인디 뮤지션과 주류 음악계의 가수가 궁합이 잘 맞는다면 서로 윈윈하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케이윌은 인디 힙합 프로듀서 프라이머리가 작곡한 두 곡을 최근 앨범에 담았다. 넬의 김종완과 함께 만든 곡을 새 앨범에 수록했던 지드래곤은 인디 레게 밴드 윈디시티의 김반장과 협업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힙합 듀오 긱스와 씨스타의 소유, 2인조 밴드 페퍼톤스와 에프엑스, 일렉트로닉 록 밴드 칵스와 포미닛 등 인디 뮤지션과 아이돌 가수의 합동 작업은 올 한해 가요계에 유행처럼 번져 나갔다.
TV 예능 프로그램도 인디 뮤지션들을 적극 끌어안고 있다. MBC '나는 가수다 2'는 인디 록 밴드 국카스텐을 스타로 만들었고, KBS 2TV '불후의 명곡'에는 스카 밴드 킹스턴 루디스카와 윈디시티가 출연했다.
인디 뮤지션들의 활약은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대중음악평론가 차우진씨는 "예전엔 TV의 영향이 절대적이었지만 요즘은 음원시장이 커지고 다변화 되면서 인디 음악을 들을 수 있는 통로가 많아졌다"면서 "예전엔 주류와 인디의 교류가 조용하게 일어났지만 앞으로는 점점 눈에 띄는 방식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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