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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산에게도 예절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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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산에게도 예절을 지키자

입력
2012.12.18 0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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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균 산림청 차장

등산문화가 바뀌고 있다. 지금까지는 등산이라 하면 밑에서 정상까지 수직으로 올라가는 정복과 모험 위주의 경향을 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데 최근 여기저기서 다양한 숲길이 생겨나면서 찬찬히 숲을 돌아보며 자신을 성찰하는‘걷기’위주의 수평적 등산문화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산행에 대한 달라진 인식이 등산문화를 바꾸고 있는 것이다.

도시화가 되기 이전에는 등산이라 하면 산을 오르겠다는 구체적인 목적보다는 주변의 아름다운 자연을 즐기는 유산(遊山)이나 유람(遊覽)의 의미가 컸다. 우리나라 어디서나 산을 보고 즐길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우리 고유의 유람문화는 서양에서 들어온 알피니즘의 도전정신을 받아들여 더욱 활동적인 등산문화로 변해왔다. 미지의 자연을 탐험하면서 육체적 한계를 극복해가는 인간 의지의 실현과 이로 인한 기쁨이 우리를 더욱 산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다. 산이 가진 자체의 매력과 산에 오르면서 충족되는 심신의 즐거움 때문에 등산문화는 더욱 보편화 했고 등산 인구도 폭발적으로 늘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 될 전망이다.

그런데 등산이 가진 매력 때문에 산을 찾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자연이 훼손된다는 점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등산문화는 오로지 자연보호의 측면에서만 본다면 축소돼야 당연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문화향유의 측면에서는 확산돼야 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이러한 딜레마에서 어떤 방향이 바람직할까 고민이 되기도 하지만 어차피 자연스럽게 진행되는 등산문화의 확산을 막을 수 없다면 이를 긍정적이며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

사실 방법은 간단하다. 자연을 즐기면서 산에 오르되, 훼손은 최소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어느 곳이 아름답고 좋고, 교통이 편리하다는 등의 정보만 추구할 것이 아니라 이에 동반되는 등산예절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산에서 얻는 즐거움을 산에 대한 예절을 지키는 것으로 갚아야 한다.

손님이 우리 집을 방문하면 처음에는 반가운 마음으로 맞이하지만 시간이 길어지면 환대가 사라지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사람 사이의 방문뿐 아니라 산을 방문할 때도 예절이 필요하다. 방문의 시기와 시간을 조절해야 한다. 가야 할 때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것처럼 산에서도 적당한 머무름이 필요하다. 우리도 예기치 않은 방문에 당황하는 것처럼 산도 항상 우리를 맞을 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자연이 항상 아름다울 수 없으며, 항상 성장하는 것이 아니므로 산도 휴식과 재충전의 시간이 필요하다. 우리가 숲을 찾는 주된 이유가 휴식과 재충전을 얻으려는 것인데 이것이 산에는 몸살이 돼 숲이 황폐해진다면 다시 아름답고 울창한 숲을 찾아볼 수 있겠는가.

산은 인공적인 인간의 공간이 아니고, 자연 본연의 공간이다. 우리의 방문으로 훼손되지 않고 자연 본연의 모습을 지킬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 등산에 따라 생긴 쓰레기 되가져가기는 기본이며, 머문 자리가 아름다워야 함도 당연한 일이다. 인화물이나 불씨를 절대 사용하지 않는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자연이 본연의 공간을 인간에게 허용했으므로 우리도 자연을 위한 최소한의 예절을 지켜줘야 한다. 멀리 있는 후손뿐 아니라 곧 다시 찾아올 가족과 친구를 위해서라도 깨끗하게 보존해야 한다. 다시 찾아와도 자연 본연의 그 모습으로 맞아주기를 바란다면 우리도 예절 바르게 행동해야 한다. 아름답고 즐거운 기억으로 산을 다시 찾고 싶다면 우리 모두 산에게도 예절을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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