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제 근무 등으로 여가시간이 늘고 삶의 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걷기를 즐기는국민들이 늘고 있다. 제주 올레길과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일부 도보길이 요즘‘걷자 족’들에게는 인기가 있지만 누가 뭐라고 해도 역시 등산로만한 것이 없다. 우리나라 성인인구 10명 중 4명이 한 달에 한번 등산을 할 정도로 등산로는 붐빈다. 등산에 대한 국민 수요가 늘어날수록 전국 유명산의 등산로는 몸살을 앓고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산림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등산로는 전국 4,440개 산에 3만3,372㎞에 이른다. 이 가운데훼손이 심하여 시급히 정비가 필요한 등산로가 37%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문제를 완화시킬 수 있는 게 트레일이라 불리는 숲길 조성이다. 숲길은 등산로, 트레킹길(둘레길ㆍ트레일), 레저스포츠길, 탐방로, 휴양ㆍ치유숲길 등으로 구분된다. 트레일은 트레킹길의 하나로 산책과 도보여행 등을 할 수 있는 시점과 종점이 있는 숲길을 말한다. 산림청 관계자는“트레일은 주능선 종주 및 산 정상을 찾는 수직적 등산문화를 걷기와 체험위주의 수평적 등산문화로 바꾸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에서는 일찍부터 국가 주도로 중장거리 도보길을 조성하고 있다. 일부 국가는 생태관광을 목적으로 한 트레일도 만들고 있다. 트레일은 외국인 관광객을 불러들여 아름다운 경관을 세계에 알리고 막대한 수입도 올리는 관광효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추세에 맞춰 산림청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지리산 둘레길 274㎞를 조성했으며, 전국을 잇는 트레킹 숲길 네트워크 조성계획을 수립, 시행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숲길 조성과 관리를 위한‘산림문화ㆍ휴양에 관한 법률’도 제정했다.
산림청은 숲길 기본계획에 따라 올해부터 2021년까지 10년 동안 1조3,000억원을 투입해 국가트레킹길 5,600㎞, 지역트레킹길 2,000㎞, 등산로 1만2,300㎞를 정비키로 했다.
국가트레킹길은 동해안 고성에서 서해안으로 이어지는 비무장지대(DMZ)트레일(600㎞)을시작으로 서해안 산을 남북으로 잇는 서부종단트레일(1,200㎞), 남해안을 동서로 이어주는 남부횡단트레일(700㎞), 백두대간과 남부횡단트레일을 연결하는 낙동정맥트레일(600㎞)이 조성된다. 여기에 한반도 가운데를 가로지르는 백두대간트레일(1,840㎞)이 만들어지면 숲길을 따라 한반도를 일주하거나 관통할 수 있는 숲길이 완성된다. 또 지리산 둘레길에 이어 설악산과 속리산, 덕유산, 한라산 등 주요 명산에 둘레길도 조성할 예정이다.
산림청은 전국을 일주 할 수 있는 국가트레킹길을 조성하면서 주요 산림보호지역은 가급적 노선에서 제외하고 자연휴양림과 산촌생태마을, 자연마을 등을 거점지역으로 연계하여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할 방침이다. 이들 노선과 명산, 유명계곡 등 자연자원과 고갯길과 옛길, 지역 설화와 생활상 등 문화자원도 적극 연계시키기로 했다. 주요 노선에는 숲길 안내인과 숲 해설가 등을 배치하고 체험프로그램도 운영할 예정이다.
산림청 관계자는“트레킹길에 5만명이 방문하면 인근지역에 대한 경제적 파급효과는 45억원으로 추산되고 있다”며“앞으로 관보다는 지역주민들의 주도적으로 참여하여 트레킹길과 연관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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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택회기자 thh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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