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극물 취급업체에 대한 총체적인 관리부실, 위기대응 매뉴얼 부재, 사후관리에 대한 인식 부족'등. 구미 불산누출사고가 남긴 교훈이다.
박명석 구미 불산누출사고 주민대책위원장(49ㆍ사진)은 "현재 불산사고 피해보상은 나무부분만 제외하고는 어느 정도 마무리됐다"며 "하지만 문제는 사후 피해보상이 아니라 다시는 이러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독극물에 대한 행정당국의 철저한 관리감독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극물을 취급하는 공장이 구미지역에만 150여개가 있는데 이를 구미시가 인근 지역주민들에게 전혀 알리지 않은 것은 물론 이러한 시설에 대한 사전 안전교육이나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대피훈련 등이 전혀 이뤄지지 않아 피해를 더욱 키웠다는 것이다. 게다가 각종 사고 때마다 지적되어온 허술한 초동 대처 등 행정당국의 위기대응 매뉴얼 부재, 피해보상만 해주면 끝이라는 식의 사후관리에 대한 인식 부족 등도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는 문제점이다.
구미 불산누출사고는 지난 9월27일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구미 제4국가산업단지의 화학제품 생산업체 휴브글로벌에서 탱크로리에 실린 플루오르화수소(일명 불산가스)를 공장 내 설비로 옮기다 근로자의 실수로 밸브가 열려 가스가 유출, 5명이 숨지고 수천명이 고통을 호소하며 치료를 받은 전대미문의 사건이다. 특히 가스 누출 이후 주민과 인근 공장 직원 대피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인명피해가 컸다. 또 산단 인근으로 가스가 퍼지면서 농작물이 말라 죽고 가축이 가스중독 증상을 보였다. 이로 인해 이로 인해 구미시는 '안전사고 불감증의 도시'라는 오명을 전국에 알리게 됐다.
박씨는 "일각에서는 주민들이 피해보상을 많이 받기 위해 토양오염과 건강문제를 과대 포장한다고 억울한 소리들을 하는데, 사고 발생 3개월이 다 돼가는데도 봉산리와 임천리 주민들은 아직도 다 고향에 돌아가지 못하고 피난생활을 하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보상문제는 합의가 됐지만, 피해농작물 처리 등의 문제가 남아 있어 이달 말은 돼야 원래 살던 집으로 들어갈 수 있을 전망이다. 또 "농민들에게 있어 땅이라는 것은 목숨과 같은데 일시적인 보상이 뭐 그리 반가울 것이며, 또 보상액 자체도 사고 시점에서 피해액을 기초로 산출해 정상적으로 수확했을 경우 소득에 미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무엇보다 그는 향후 주민들의 건강상태에 대한 주기적인 체크 등 사후관리와, 봉산리와 임천리 지역주민들의 충격과 불안을 치유할 화합의 한마당, 그리고 구미시 전체적으로 농산물에 대한 외지인들의 인식 제고와 구미시 이미지 회복 노력 등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위원장은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대열에 들어선 한국이 언제까지 안전 불감증의 국가로 남아있을 건가"라면서 "불산사고를 거울로 삼아 또다시 이러한 일들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행정당국은 추후 사고재발 방지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현주기자 lare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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