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언론계의 키워드는 단연 '파업'이다. MBC KBS 등 양대 방송사 노조가 각각 170일, 95일 장기 파업을 벌였고 연합뉴스와 국민일보도 100일 넘게 파업했다. 4개 언론사들의 파업일수만 해도 총 541일에 달했다.
언론사들이 이처럼 대대적인 파업을 단행한 공통적인 이유는 공정보도 사수였다. 4대강 사업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비판,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의혹 등 정권에 비판적인 아이템이 보도되지 못하고, 이를 심층적으로 다루려던 'PD수첩' '시사기획 쌈' 등 시사프로그램들이 폐지되거나 제작 중단되는 사태를 맞으면서 반발을 샀다. 언론사 안팎에서는 "여당은 중립적이거나 개혁적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야당에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뉴스가 눈에 띄게 많았다"며 "언론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정권의 나팔수가 되고 있다"는 비판까지 제기됐다.
언론노조 등은 이 같은 비판의 중심에 각 언론사 사장들이 있다고 지적한다. KBS MBC YTN 연합뉴스 사장은 모두 해당 언론사 기자 출신이지만 정권 편향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이들은 정권 비판적인 프로그램을 축소하고, 이에 반발하는 노조원들을 징계했다. 현 정부 들어 해고, 감봉 등 징계를 받은 언론인은 무려 450명을 넘어섰다. 특히 MBC는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에 참여했던 노조원 770여명 전원에게 올해 상반기 업적평가 최하 등급을 줬고 제작 일선에서 배제했다.
각 언론사 노조가 그토록 퇴진을 외쳤던 낙하산 사장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거나 임기를 마치고 나간 만큼 외형적으로 언론사들의 파업은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언론사 지배구조에 대한 문제제기, 공정보도에 대한 관심 증대 등 성과가 적지 않다는 평가다.
이강택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지난해만 해도 '편파적인 보도는 필요 없다'며 취재 현장에서 쫓겨나는 기자들이 적지 않았지만 파업 이후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면서 "국민들도 공정보도에 대한 노력을 이해해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내부적으로도 공정보도를 위해 저항했다는 자부심이 구성원들에게 크게 자리잡았다"며 "이런 학습효과만 해도 상당히 큰 성과"라고 평가했다.
대선을 코앞에 둔 지금, 공정성에 대한 논의는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각 언론사별로 여야 후보 보도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지 감시망을 강화하고 있으며 민주언론시민연합 등 시민단체도 대선 보도 모니터단을 가동 중이다. 한 방송사 시사프로그램 PD는 "대선 보도를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 언론사 노조들이 파업을 접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허정헌기자 xsco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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