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17일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 1주기를 맞아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했다. 북 매체들은 이날 금수산태양궁전 개관식을 겸한 참배 장면을 실황 중개했다. 부인 리설주와 함께 허리를 90도 굽혀 절하는 김정은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김정일 70회 생일인 2월 16일 김일성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기념궁전을 금수산태양궁전으로 개칭하고 김정일 시신도 함께 안치한 것은 이곳을 유훈 통치 성역으로 삼으려는 의도일 것이다.
■ 김정일 사후 외부세계는 20대 후반의 젊은 후계자 김정은의 권력기반 구축 여부에 지대한 관심을 쏟았다. 1년이 지난 지금 그는 비교적 튼튼한 권력기반을 구축했다는 분석들이다. 그를 중심으로 한 수령 유일영도체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ㆍ정ㆍ군 요직에 핵심 측근들을 전면 배치하는 등 친정체제 구축 움직임도 활발했다. 지난 4월 실패를 딛고 8개월 만에 장거리로켓 발사를 성공시킨 것은 김정은의 권력기반을 한층 확고히 하는 효과를 낼 게 분명하다.
■ 스위스 유학 경험이 있는 그는 한때 부인을 공식석상에 대동하는 등 개방적이고 파격적인 모습으로 내외에 변화의 기대를 높였다.'6ㆍ28 조치'로 알려진 경제개혁설도 나돌았다. 협동농장과 기업의 생산물 처분권을 확대한다는 게 핵심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도 기대했던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그의 변화 의지를 의심하게 하는 징후만 늘었다. 두 차례의 장거리로켓 발사 강행이 그렇고 불순분자 색출 등 내부통제를 강화한다는 소식이 그렇다.
■ 내일 대선을 통해 출범할 새 정부도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다. 어떤 후보가 당선 되든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경색된 남북관계를 풀기 위한 적극적인 대북정책을 펴야 할 상황이다. 하지만 당분간은 북한 장거리로켓 발사를 둘러싼 긴장이 지속될 수밖에 없어 국면 전환이 쉽지 않을 것이다. 미중 변수는 그렇다 치더라도 최소한 남북이 손바닥을 마주쳐야 변화를 기대할 수 있다. 김정일 사망 1주년을 맞아 '김정은의 생각'이 더욱 궁금하다.
이계성 수석논설위원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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