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스타가 된 후 고국 무대에 서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저를 궁금해하는 팬들과 만나는 한국 공연이 신선하고 재미있어요.”
독일을 중심으로 유럽에서 활동 중인 피아니스트 윤홍천(30)씨가 국내 첫 솔로 음반을 발표했다. 뮌헨에 사는 윤씨는 지난해 한국인 음악가로는 처음으로 독일 바이에른주 문화부가 주는 ‘젊은 예술가상’을 받는 등 클래식 음악의 본고장 유럽에서 실력을 인정받은 연주자다. 그는 18일 현대백화점 압구정본점 토파즈홀에서 열릴 앨범 발매 기념 쇼케이스를 계기로 국내 활동에 좀 더 무게를 실을 계획이다. 24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아르츠 콘서트-크리스마스 인 뉴욕’에도 첼리스트 송영훈, 테너 김재형씨 등과 함께 출연한다.
17일 만난 윤씨는 “청중이 나를 통해 클래식을 깊이 알아가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음반을 준비했다”고 했다. 타이틀은 ‘앙코르’. “앙코르곡을 연주할 때 정규 레퍼토리보다 자연스럽고 즉흥적인 영감을 담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20~30분 소요되는 대곡을 연주하고 녹음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한 편의 시 같은 짧은 소품들이 얼마나 큰 감동을 주는지 표현하고 싶었던 그는 리스트의 ‘사랑의 꿈’, 슈베르트의 ‘세레나데’, 라흐마니노프의 ‘보칼리제’, 드뷔시의 ‘달빛’ 등을 직접 쓴 해설과 함께 담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예비학교에서 임종필 교수를 사사하고 예원학교에 수석 입학한 그는 이듬해 미국 보스턴 뉴잉글랜드 콘서바토리로 유학을 떠났다. 이후 독일 하노버 국립 음대와 이탈리아 코모 피아노 아카데미에서 공부했다.
국내외 콩쿠르 입상 경력도 화려하지만 국내에서 인정받는 메이저 대회 성적은 퀸 엘리자베스 국제콩쿠르 결선 진출(2007년) 정도여서 대중적 인지도는 아직 높지 않다. 하지만 “깔끔하면서도 기교와 화려함까지 놓치지 않는 연주자”(피아니스트 겸 음악평론가 김주영)라는 평을 받는다.
그는 피아노 연주를 오랜 시간이 걸리는 도자기 제작에 비유했다. 어려서 반짝 스타로 뜨기보다 나이가 들수록 문화적 이해가 깊어지는 연주자를 꿈꾼다는 얘기다. 내년 3월부터는 독일 음반사와 5년에 걸쳐 모차르트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기로 했다. “5년 간 모차르트와 매일 함께 해야 하는 힘든 여정이 되겠지만 유럽의 텃세를 뛰어넘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세상과 격리된 채 박물관에만 있는 음악이 아닌 말과 글로 전하기 어려운 세상 이야기를 풍부한 감성으로 전하는 살아 있는 음악을 하고 싶습니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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