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여자탁구가 위기에 빠졌다. 특히 '수비의 달인' 김경아가 은퇴한 뒤 마땅한 차세대 에이스가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렇지만 위기의 여자탁구에 한 줄기의 서광이 비치고 있다. 유망주 전지희(20)와 유은총(19ㆍ이상 포스코 에너지)이 무럭무럭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3일 경기 분당의 포스코 에너지 훈련장에서 전지희와 유은총을 만나 한국 여자탁구의 희망을 들어봤다.
내년 국제무대 단식 8강 목표
중국 출신의 전지희는 아직 태극마크를 달지 못했고, 유은총은 상비군 여자 대표팀의 '막내'격에 속한다. 갈 길이 멀어 보이지만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둘은 국내가 아닌 세계무대에서 경쟁 상대를 찾는 것부터 남달랐다. 왼손 셰이크핸드형인 전지희는 '박영숙(한국마사회)이 라이벌이 아니냐'라는 질문에 "더 크게 봐야 한다. 국내 선수가 아닌 해외 톱랭커들을 이겨야 한다"며 일본의 이시가와 가스미(세계랭킹 9위ㆍ일본)를 목표로 삼았다. 유은총 역시 "양하은(대한항공)은 라이벌이기 보다 '한 번은 이겨야 하는 상대'일 뿐이다. 다른 경쟁자를 겨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 대표팀 시절 양하은과 함께 투톱을 이룬 유은총은 성인무대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유은총은 지난 11월 말에 끝난 MBC 탁구 최강전에서 단식 4강에 올랐다. 쟁쟁한 경쟁자들을 제친 그는 양하은과의 차세대 에이스 대결에서도 자신감을 드러냈다. 그는 "(양)하은이에게 그 동안 쭉 지다가 중3 때 처음으로 이겼다. 하지만 실업무대 와서는 1승1패를 기록했다. 이젠 '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로 자신감이 생겼다"라고 말했다. 구질이 까다로운 유은총은 포핸드 드라이브를 보완해 세계무대에 도전장을 던질 계획. 그는 "세계 1위 딩닝을 롤모델로 삼고 훈련하고 있다. 내년에는 국제무대 단식에서 8강을 목표로 뛰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인천 아시안게임 향한 발걸음
2010년 한국에 들어온 전지희는 아버지의 조선족 친구인 박천수씨의 양녀로 입적돼 2011년 1월에 한국 국적을 취득했다. 2007년 청소년 대표로 아시아선수권 단식 준우승까지 할 정도로 두각을 나타냈지만 파워의 한계로 중국 국가대표의 꿈을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한국으로 귀화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 전지희는 내년부터 아시아선수권 출전이 가능해 태극마크의 꿈에 부풀어있다. 그는 "국제탁구연맹(ITTF) 귀화선수 출전 제한 규정상 세계선수권 등은 7년간 나갈 수 없다. 하지만 아시아에서 주관하는 대회는 가능하다"며 "만약 태극마크를 달고 나가면 느낌이 다를 것이다. 탁구가 더욱 재미있어 질 것 같다"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전지희와 유은총은 인천에서 열리는 2014년 아시안 게임을 겨냥하고 있다. 2년 앞으로 다가왔지만 한 걸음씩 치고 올라가겠다는 각오. 전지희는 여자 복식과 혼합 복식에서 메달 후보로 꼽히고 있는 만큼 어깨가 무겁다. "파워 보강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같은 왼손 전형인 유남규 감독에게 중심 이동하는 방법 등을 배우고 있다." ITTF 랭킹 35위인 전지희는 2013년 20위 진입을 목표로 잡았다. 159위에 머물고 있는 유은총은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 100위 안에 들겠다. 국내 대회 단식에서는 꼭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겠다"고 유망주다운 패기를 드러냈다.
성남=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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