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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상징' 노루의 운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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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라산 상징' 노루의 운명은

입력
2012.12.1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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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루로 인한 농작물 피해가 늘고 있어 더는 방치할 수 없다."(농민)

"보호가치가 높은 고유종인데 성급히 결정하면 노루가 사라지는 과거 상황으로 갈 수 있다."(환경단체)

한라산의 상징인 노루를 유해야생동물로 지정하는 내용을 담은 제주도의회의 '제주도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 조례안'입법예고를 둘러싸고 논란이 뜨겁다. 지난 10월 말 입법예고 때 환경단체들의 거센 반발로 조례안 심의가 내년 회기로 미뤄지자 제주 지역 농민단체가 최근 기자회견을 열어 "겨울철 노루가 농가로 많이 내려와 생존권이 위협받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조속한 통과를 요구하는 등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원래 유해동물지정 권한은 환경부에 있지만 지난해 4월 제주특별자치도특별법 개정으로 관련 사무가 제주도로 넘어온 상태다.

노루는 조랑말과 더불어 한라산 상징이 될 만큼 도민들이 귀하게 여긴 동물로 관광자원이기도 하다. 198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멸종위기에 놓였으나 1987년부터 밀렵단속, 먹이 주기 등 보호활동으로 개체수가 급증(2011년 1만7,700여마리로 전년 대비 38% 증가), 콩 더덕 고구마 등 농작물을 망치는 주범이 되고 있다는 게 농민단체의 주장이다. 노루로 인한 농작물 피해는 2010년 218농가 6억600만원에서 2011년 275농가 13억6,200만원으로 해마다 늘어나는 추세(2012년 11월 기준 9억9,900만원)다.

그러나 환경단체는 포획을 합법화하는 유해동물지정이라는 극단적 방법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제주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산간지역에 골프장과 리조트 등을 지어 서식지에서 밀려난 노루들이 농경지로 내려온 것"이라며 "적정 개체 수, 서식밀도에 대한 체계적 연구 없이 무조건 노루를 잡겠다는 건 위험한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유해동물 지정 논란은 최근 인천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철새인 쇠기러기가 보리뿌리까지 먹어 농사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다는 인천 지역 주변 농민들의 민원이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난색을 표하는 상황이다. 철새의 특성상 서식지가 우리나라에만 국한되지 않아 다른 서식지 국가들과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야생생물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유해동물은 참새, 까치, 까마귀, 멧돼지 등 30여종. 주로 농수산업이나 비행장, 전력시설에 피해를 주는 것들로 유해동물로 지정되면 지자체 허가를 받아 포획이 가능해진다.

유해동물 지정 논란의 첫 케이스는 '평화의 상징'인 비둘기. 2009년 5월 배설물로 인한 건축물 부식과 주민 생활 피해 때문에 유해동물로 지정되자 환경단체의 반발이 있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환경부 관계자는 유해동물 지정 논란에 대해 "유해동물로 지정됐다 해도 구체적 피해상황이 있어야 조건부로 포획이 가능하다"며 "피해 방지에 목적이 있기 때문에 개체수가 줄어들면 포획을 금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승임기자 chon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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