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조부는 A급 전범 용의자, 아버지는 극우파 영수의 오른팔.
차기 총리가 유력시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ㆍ58) 자민당 총재는 집안 내력을 포함해 뿌리부터 극우파인 정치인이다. 외조부 기시 노부스케(岸信介ㆍ1896~1987)는 일본 괴뢰정부인 만주국에서 각료로 일하다 태평양전쟁 주범인 도조 히데키(東條英機ㆍ1884~1948) 내각에 1941년 입각, 미군 점령 후 A급 전범 용의자로 복역한 인물이다. 기시는 미소 냉전체제를 이용해 재기한 뒤 57~60년 총리를 지냈다.
아베의 아버지 아베 신타로(安倍晋太郞ㆍ1924~1991)는 일본 우익의 거두 나카소네 야스히로(中曾根康弘) 정권에서 외무장관 등 각료를 두루 역임했고 나카소네의 후계자로 꼽혔다. 87년 자민당 간사장에 오르며 총리를 눈 앞에 뒀으나 정관계 인사에게 미공개 주식을 싼 값에 양도한 리크루트 스캔들에 휘말려 간사장직을 물러났다. 기시의 동생이자 아베의 외종조부인 사토 에이사쿠(佐藤榮作ㆍ1901~1975) 역시 64~72년 총리를 지냈다.
아베는 93년 중의원 의원에 당선된 이후 가문의 후광을 업고 승승장구했다. 모시 요시로(森喜朗) 내각에서 관방차관,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郎) 정권에서 자민당 사무총장에 중용됐다. 그는 자민당 내에서도 우파로 분류되는 세이와 정책연구회(모리파) 소속이다.
아베는 2006년 9월 고이즈미에 이어 전후 최연소(52세) 총리에 오른 다음 과거사 관련 발언을 통해 극우 본색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각료 자살 및 부패 사건으로 인기가 추락해 1년 만에 사임했지만 재임 기간 동안 위안부 강제 동원 사실을 부정하거나 역사 교과서 왜곡 시도를 계속해 주변국 반발을 샀다.
A급 전범을 합사한 야스쿠니(靖國) 신사 참배에도 호의적이어서 총리에 오르기 직전 이 곳을 참배했고 올해 10월에도 자민당 총재 자격으로 야스쿠니 신사를 찾았다. 최근에는 자위대를 정식 군대인 국방군으로 명칭을 바꾸겠다고 했고 엔고 현상을 타개하기 위해 무한정 돈을 찍겠다고 해 '윤전기 아베'라는 별명을 얻었다.
아베의 부인 아키에(昭惠ㆍ50)는 열성 한류팬으로 알려졌으며 2006년 총리 부인 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해 한국어 교과서를 술술 읽어 화제가 됐으나 최근 한일관계 악화 이후 한국 드라마를 보지 않는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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