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에서 자민당이 중의원 전체 480석의 과반수를 훌쩍 넘는 압승을 거둬 3년 3개월 남짓 만에 민주당으로부터 정권을 되찾았다. 어제 총선 초반개표 결과 자민당은 전국 주요 격전지에서 잇따라 승세를 굳혀 일찌감치 중의원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기세를 보였다. 일본 주요 언론은 초반개표 결과 드러난 기세가 이어질 경우 자민당은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의석을 점하는 절대 과반수(280석)는 물론 2009년 8월 총선 당시 308석을 획득한 민주당의 기세에 육박할 가능성까지 있다고 관측했다. 반면 민주당은 거물급 인사들까지 낙선의 고배를 마시며 약한 제2당에 머물 전망이다.
어제 선거 결과에 따라 아베 신조 자민당 총재는 6년 만에 다시 총리로 선출된다. 그가 자민당 총재선거부터 이번 총선에까지 내세워 온 자극적 공약에 비추어 한국 중국 등 아시아 이웃나라와의 갈등과 긴장은 한결 고조될 전망이다. 그가 내세워온 '외교재생'은 '국익을 지키고 주장하는 외교'이며 집단적자위권의 행사를 가능하게 하고, 자위대와 해상보안청의 경계태세와 물리적 실력을 강화하는 강경보수 노선이다.
일본 총리가 사실상의 '군비강화' 정책을 앞세워 정권을 잡은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전례가 없다. 안 그래도 독도와 역사 문제로 빚어진 한일 양국 간의 외교갈등이 풀어질 기미가 없고, 중국과도 댜오위다오(일본명 센카쿠)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마당이다. 일본이 그 동안 형식적으로나마 매달려온 역사 반성과 사죄, 아시아 국가들과의 선린외교 기조에서 벗어나 일방적 자기주장을 강화할 경우 동북아 안전보장의 기존 틀 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에서 이만저만 심각한 우려가 아니다.
다만 자민당의 승리가 민주당의 실패로 얻은 반사이익일 뿐 일본 국민의 적극적 지지의 결과가 아니라는 점을 위안으로 삼을 만하다. 선거 직전의 여론조사에서 드러났듯 적극적 자민당 지지층은 극히 얇고, 민주당의 대안으로 상대적 지지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압도적 승리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아베 차기 총리에 대한 국민 지지가 순식간에 냉각될 수 있어 일본의 급속한 강경보수화를 제약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본의 유동성은 19일 대선 결과 탄생할 한국의 새 정부에 고도의 대응 지혜를 요구한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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