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화당한의원 음악으로 우울증치료 화병, 공황장애에도 효과있어
경화당에는 대낮부터 노랫소리가 울려 퍼지곤 한다. 기타와 노래방 반주기를 타고 흘러나오는 노래는 한동안 끊기지 않는다. 노랫소리의 주인공은 경화당 한의원 이제헌(49ㆍ사진)원장이다. 알만한 사람은 다 아는 ‘노래하는 한의사’다
“음악 자체가 약은 아니지만, 치료를 쉽게 해줍니다. 어떤 질환이든지 치료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가 가장 큰 약이라는 말이 있듯이 치료를 돕는 것들 중에 음악만큼 좋은 것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간혹 “치료 중에 신나게 노는 게 아닌가”하고 묻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한의원 이력을 알고 나면 그런 말이 쑥 들어간다. 경화당 한의원은 대를 이어 50년을 넘게 환자를 돌봐온 뼈대 있는 한의원이다. 노래하는 한의원의 주 진료과목은 신경정신과계통과 난치병 질환으로, 한의든 양의든 뾰족한 답이 없는 병을 다스리다 보니 치유력이 근원적인 마음을 어루만지는데까지 이른 것이다.
노래 한곡으로 평생 쌓인 한을 푼 할매
이 원장의 독특한 음악치료에는 어떤 계기가 있었다. 6년 전 어떤 할머니를 치료하면서였다. 얼굴에 그늘이 져 있고 사람을 똑바로 쳐다보지도 못했던 할머니였다. 침을 맞는 동안 신경이 쓰여 ‘서편제의 천년암’을 대금으로 연주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독학으로 익힌 기타를 비롯해 대금, 단소 등 여러 악기를 두루 연주할 줄 아는 그는 프로와 견주어도 손색없는 실력을 지녔다. 구슬픈 음악이 끝나자 침구 실에 누워있는 할머니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노래가 참 구슬프네! 내 인생이랑 똑같네요”
진료실로 돌아와 하고 싶은 이야기나 한번 해보라고 하니 “시집와서 모진 시댁살이에다 남편에게 타박만 받고 목소리 한번 제대로 내지 못하고 평생을 살아왔다”고 했다. 전형적인 화병증상에 우울증 증세까지 보였다. 그는 답답한 심정에 할머니에게 한 번씩 놀러오라 청했고, 올 때마다 음악을 들려주며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음의 병에는 노래병행치료가 최고죠
치료가 계속되면서 점점 혈색이 밝아지고 처음 왔을 때와는 아주 다른 사람이 되었다. 어느 날 진료실을 박차고 들어와 “이제 영감이 나한테 찍소리도 못해! 내가 왜 평생을 이렇게 살았는지 몰라”며 연신 즐거운 수다를 떨었다. 그 후 이 원장은 환자들과 소통의 장이자 치료의 보조요법으로 음악을 본격적으로 도입했다. 처음에는 별난 한의원도 다 있다는 시선이 많았지만, 효능을 본 환자들이 많아지면서 점점 음악치료를 받겠다는 이들이 많아져 ‘노래하는 명의’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그는 특히 심적인 병에 음악이 특효라고 했다.
“우울증은 이 시대의 대표적인 병입니다. 습관적으로 항우울제를 드시는 분들이 많아요. 이런 마음의 병은 인체기능을 회복시키고 조금만 긍정적인 심리를 가지면 금세 떨쳐버릴 수 있어요.”
음악은 신경정신과 계통의 환자에게 치료의지를 다지고 즐겁게 치료에 몰입할 수 있게 역할을 한다. 이 원장은 “의사로서 치료가 된다면 뭐든 시도해 보는 게 원칙”이라면서 “음악이 치료를 돕는 것이 확인된 이상 이런 진료방식을 멈출 수 없다”고 말했다.
김민규 엠플러스한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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