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예산 삭감은 다수당의 횡포다"(민주통합당) "서로 합의해 놓고 이제 와서 뒤통수를 치고 있다"(새누리당)
강원도의회가 복지예산을 대폭 삭감하는 과정에서 여야간 네 탓 공방이 벌어졌다. 도의회가 무리한 예산삭감을 강행해 따가운 눈총을 받게 되자, 정파간 책임공방을 벌이는데 혈안이 돼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16일 강원도의회에 따르면 이번 비방전은 의회가 강원도 집행부에 누적적자가 840억 원에 이르는 지방의료원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면서 시작됐다. 도의회는 강원도의 대책이 시원치 않을 경우 예산안 심의를 보이콧하겠다고 으름장을 놨고, 이를 실행에 옮겼다.
지난 8일 도의회 예결위는 도가 제출한 2013년도 당초예산안 3조7,171억원 가운데 의료원 지원을 포함한 복지분야 61억원을 비롯해 동계올림픽 경기장 건설(43억원), DMZ 60주년 기념사업(22억원) 등 모두 200억원을 삭감하는 '초강수'를 뒀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야는 일치된 목소리를 내는 것처럼 비춰졌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집행부를 견제하기 위한 의도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예산 삭감과 번안 통과(상임위에서 이미 의결한 사안에 대해 특정한 사유가 있을 경우 번복해 본회의에 수정안을 제출하는 것) 등을 거치면서 여야 간 공방으로 비화했다. 복지예산을 어디까지 살려둘 것인지를 놓고 이견이 발생한 것이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예결위의 예산삭감 이후 지금까지 모두 8건의 성명을 주고 받는 난타전을 벌였다. 돌아선 민심이 대선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급기야 내년도 예산안을 확정한 지난 14일 열린 본회의에서는 고성이 오가는 일까지 벌어졌다.
민주통합당 도의원들은 내년도 예산안이 확정된 직후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이 다수당임을 앞세워 서민 복지 예산을 삭감한 데 대해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이어 "새누리당 예결위원장이 조정 능력을 상실해 이 같은 사태를 불러온 것에 대한 반성은커녕 민주당 의원들을 모함하고 매도했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도 이에 질세라 성명을 내고 "예산심의 과정에서 집행부의 무성의와 무능에 모든 의원이 분노했고 이에 대응해 여야 합의로 예산안 삭감이 결정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사태는 같은 당 도의원들과도 의견조율을 하지 못하는 최문순 도정의 분열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강원도청 공무원노조는 "도의회의 이번 예산 삭감은 공무원 길들이기와 미운 놈 손보기 식의 옹졸한 보복"이라고 비난했다.
박은성기자 esp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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