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조다""우리가 업계 1위다"라는 주장은 업종이나 영역을 가리지 않고 라이벌 업체들 사이에서 심심치 않게 벌어지는 분쟁이다. 거리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원조 감자탕집''최고 설렁탕집' 자리를 놓고 벌이는 비슷비슷한 업소들간의 경쟁도 그 중의 하나일 것이다. 지난 달에는 자매간 상호 분쟁 소송에서 법원이 간장게장 맛집으로 유명세를 탔던 동생의 상호를 도용한 언니에게 벌금형을 선고한 일도 있었다.
이런 분쟁은 음식점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다. 경쟁이 치열한 업종일수록, 브랜드에 대해 소비자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분야일수록 빈발하기 쉽상이다. 최근 업체 난립과 과당경쟁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결혼보업체들 사이에서 '업계 1위 광고'를 놓고 법정소송까지 가는 이전투구가 있었다.
사단은 지난해 4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듀오정보 측은 "㈜가연결혼정보가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고 '결혼정보분야 1위'란 문구를 사용한 것은 허위ㆍ과장 광고"라며 검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가연 측 역시 "듀오는 실체 없는 근거를 바탕으로 '압도적 회원수' 'No.1 웨딩컨설팅'라는 광고문구를 사용했다"며 광고금지 가처분 신청으로 맞섰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0월 1심에서 "(가연 측)광고가 결혼중개업 관리법상 거짓ㆍ과장 광고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지만, 듀오 측의 항소로 법정 공방은 계속됐다. 지난달 말 항소심 재판부는 무죄를 재확인하면서 이들의 지리한 자존심 싸움은 일단락됐다. 가연 측이 지하철ㆍ버스 광고에 사용한 '결혼정보분야 1위(랭키닷컴 기준)'라는 문구는 랭키닷컴이 집계한 업체 순위 정보를 기반으로 했고, 실제 1위를 차지한 사실이 있는 이상 거짓ㆍ과장 광고로 보기 어렵다고 판시한 것.
가연 측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 측은 "경쟁사의 견제로부터 인한 소송 때문에 고객들이 오해할까 가장 우려했다"며 "사건을 맡은 검찰의 상고 포기로 무죄가 최종 확정돼 허위ㆍ과장 광고 혐의에 벗어났지만, 이제 무리한 상호 견제나 비방은 지양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1위 업체 광고를 둘러싼 업체간 싸움은 1년7개월 여 만에 막을 내렸지만, 결혼정보업체의 고질적인 불량서비스 행태가 개선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여전하다. 서울에 사는 30대 김모씨의 경우 가입비와 만남서비스 4회에 100여만원을 지급한 뒤, 2회 만남서비스를 제공 받았다. 그러나 첫 번째 여성은 회원이 아닌 매칭매니저의 조카였고, 두 번째 여성은 나이ㆍ학력ㆍ직업 등이 모두 거짓으로 드러나 환불을 요구했지만 반년이 지나도록 진전이 없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지난해 결혼중개업체 관련 소비자 상담 건수는 총 1,744건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가입 당시 권유 받았던 상대 조건과 다른 사람을 소개받았거나, 가입비 환급을 거부한 사례였다.
업계 관계자는 "결혼정보업체는 특성상 업계 1, 2위라는 브랜드 신뢰도, 성혼 회원수, 가입 회원수 등에 소비자들이 예민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실체가 불투명한 '1위 광고'에 집착하기 보다 차별화한 마케팅, 회원들에 대한 서비스 강화 등을 통해 고객 만족도를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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