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새해 경제를 내다보는 책들이 쏟아져 나온다. 국내외 경제 현안을 점검하고 내년 경기를 내다보는 단기 경제전망서에서 향후 수십 년 세계 경제가 어디로 흘러갈지 예측하는 책 등 다양하다.
올해 이런 책에 유난히 관심이 가는 것은 세계경제가 여전히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을 비롯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요국에서 대통령(총리) 선거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 지도자들이 각국의 경제를 어떻게 살려낼지, 세계경제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을지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있다.
(청림출판 발행) (한국경제신문) (한스미디어) 등 최근 나온 경제전망서들을 통해 내년 이후 한국경제와 세계경제의 키워드를 정리했다.
화두는 일자리
국내 경제는 일자리 문제를 놓고 노동자와 사업자 그리고 정부의 밀고 당기기가 주요 관심사가 될 것이다. 고용시장은 청년을 비롯해 여성, 고령자 실업,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거의 최악의 상황이다. 저성장에 대한 불안감으로 기업의 투자ㆍ고용심리는 위축될 게 뻔하다. 이 같은 모순적인 상황은 사회 갈등을 부추기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일자리 창출, 경제민주화를 약속한 새 정부로서도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위기감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새 정부가 노ㆍ사ㆍ정 합의를 통해 향후 국가고용전략을 새롭게 창출하는 것도 생각해볼 수 있다.
계속 식어갈 부동산 경기
중장년층의 초미의 관심은 부동산 경기다. 모두가 반짝 반등을 기대하지만 안타깝게도 그런 희망의 빛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 국내 부동산시장은 경제 전체의 성장세 둔화로 개발 후 매각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플로형 모델에서 운용을 통해 수익을 추구하는 스톡형 모델로 빠르게 이동 중이다. 30% 이상의 매매차익 실현은 옛 이야기가 됐고 5%의 임대수익을 노리는 투자가 현실이다. 부동산에 대한 투자 수요는 더 감소할 것이다. 임대료의 안정적인 확보나 관리비 절감을 통해 운영 수익을 올리기 위해 자산관리회사, 종합부동산서비스회사 등이 급격히 늘어날 것이다.
복지와 나눔의 갈등
새 정부는 '눔프'(NOOMP)라는 딜레마에 직면할 수 있다. 복지 확대는 찬성이지만 내 주머니에서 돈 나가는 것은 반대한다(Not Out Of My Pocket)는 이 현상을 현명하게 다루지 못할 경우 정부는 재정건전성 악화와 국민의 반발이라는 양날의 칼에 위협 당하는 형국이 될 수 있다. 복지의 우선 순위를 정해 국민에 이해를 구하고 이 과정에서 모든 정책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국민과 소통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디플레 vs 경기과열
세계경제는 미국이나 유럽이나 아시아가 모두 침체했지만 그 원인이 서로 다르다. 미국과 유럽의 경우는 소비감소에 따른 디플레이션이 문제이며, 신흥국은 급속한 경제성장에 따른 경기과열(인플레이션)에 대비한 조정이 본질이다. 공화당과 민주당의 정치 갈등이 첨예한 미국은 재정절벽을 완전히 극복할 가능성이 낮다. 주택시장은 안정세를 찾아가는 듯이 보이지만 은행이 압류한 그림자재고가 시장에 풀릴 경우 주택 수요 심리가 다시 식어버릴 수도 있다. 상황이 더욱 심각한 유럽의 경우는 외환리스크 없이 자본이 유로존 내 어디로든 이동할 수 있는 현 구조로는 개선이 어려울 수 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들은 자국내 경제안정을 고려하면서 미세한 조정을 통한 경기 대책을 유지해 나갈 것이다.
진보는 계속된다
눈앞의 경제가 악재투성이니까 멀리라도 좋게 보자는 심리라도 작용한 걸까. 세계경제는 중장기적으로 낙관적이다. 2050년에는 많은 사람들이 더 부유해지고, 더 건강해지며, 더 혁신적이고, 더 나은 교육을 받을 것이며, 빈부의 격차나 남녀 차별은 더 완화돼 더욱 평준화된 사회로 변모할 것이다. 각국이 적절한 정책을 집행한다는 것이 필수조건이지만 '창조적 파괴의 폭풍이 우리를 더 좋은 곳으로 인도할 것'이다.
김범수기자 bs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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