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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ew] 왜 이러는 걸까요, 성지 피난행렬·사재기 광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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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rld View] 왜 이러는 걸까요, 성지 피난행렬·사재기 광풍

입력
2012.12.14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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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남서부 피레네 산맥의 산골마을 부가라시는 최근 몰려드는 관광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하룻밤 숙박비가 무려 1,600달러까지 치솟았다. 전체 주민이 176명에 불과한 이 마을의 장 피에르 들로어 대표는 "우리 마을이 지구에서 가장 안전한 곳이라는 소문에 각지에서 사람들이 몰리고 있다"고 말했다. 급기야 마을은 21일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했다.

중국 국경과 인접한 러시아 고르니의 여성 교도소에서는 지난달 사제를 불러 기도회를 열었다. 재소자들이 집단적으로 정신병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일부 재소자들은 탈옥을 시도하고, 이유없이 발작을 일으켰다. 교도소를 방문한 사제는 "지구종말론으로 재소자들이 공황상태에 빠졌다"고 전했다.

종말론에 들끓는 지구촌

전세계가 고대 마야인이 만든 달력의 마지막 날인 21일을 앞두고 비상이 걸렸다. 중국과 러시아 일부 도시에서는 시민들이 설탕 소금 손전등 초 석유 등을 사재기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러시아에서는 음식과 의약품, 데킬라 등을 넣은 '지구멸망 비상상품'이 나왔고, 미국과 영국 등에서도 '25년간 먹을 수 있는 음식세트' 등이 출시됐다.

세르비아의 피라미드 형태의 르탄산과 터키의 고대도시 시린스도 성지로 각광받으면서 관광객이 급증했다. 르탄산은 수천년 전 외계인들이 세웠고, 시린스는 성모 마리아가 승천한 곳이라는 속설 때문이다.

고대 마야 문명권인 멕시코 과테말라 벨리즈 엘살바도르 온두라스는 축제 분위기다. 이들 국가들은 21일이 마지막 날인 만큼 새해를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며 불꽃놀이 콘서트 등 각종 행사를 열고 있다. 오토 페레스 과테말라 대통령과 포르피리오 로보 온두라스 대통령은 이날 마련된 기념식에 참석한다. 멕시코의 토르쿠게로 등 마야 유적지를 돌며 관광하는 '종말관광' 코스도 등장했다.

마야인들의 장기달력

지구종말론은 AD 250년부터 900년까지 멕시코 등 중앙아메리카에서 번창한 고대 마야문명에서 유래했다. 마야인들이 돌에 새긴 장기달력은 총 5,216년이다. 5,216년은 다시 박툰이라는 시간 단위로 쪼개지는데, 1박툰은 394년에 가깝다. 총 13박툰으로 구성된 마야 달력에 따르면 2012년 12월 21일이 마지막 날이다.

마야 달력은 영화와 소설, TV프로그램 등의 소재로 자주 등장하면서 지구종말론으로 비쳐졌다. 마야 달력은 2009년 롤랜드 에머리히 감독의 영화 '2012'나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등에서 각색되면서 지구종말을 고하는 미신처럼 묘사됐다. 여기에 니비루 소행성 충돌론, 우주 블랙홀에 의한 지구소멸론 등 각종 속설들이 결합, 지구종말론은 전세계로 퍼졌다.

단속에 골머리 앓는 각국 정부들

종말론에 따른 지나친 상업화와 사재기 열풍 등으로 사회가 혼란해지자 각국 정부는 단속에 나섰다. 러시아는 지난달 30일 "12월에 세상이 멸망하지 않는다고 확신한다"며 "러시아 국민은 (지구 멸망보다) 눈보라와 얼음폭풍, 토네이도와 홍수, 교통과 식량, 전기와 물 부족 현상 등에 대비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지구종말 소문을 퍼뜨리는 사람들을 형사처벌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지난달 28일 "마야 종말론은 루머에 불과하다"는 성명을 냈다. NASA 소속의 우주생물학자인 데이비드 모리슨은 "환상에 불과하다"며 "지구가 멸망하는 어떤 위험도 감지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니비루 행성과의 충돌 가능성에 대해서는 "내년 2월 13일쯤 소행성이 지구 근처로 접근할 것으로 관측되지만, 이 행성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부인했다. 그러면서 "여러분 집에 걸려 있는 달력이 12월 31일에 끝나는 것처럼 마야족도 2012년 12월 21일에 달력을 끝내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마야 부족의회의 매리 코바 대표도 "21일은 마야족에게 의미있는 날"이라며 "오전 5시에 모여 흰 옷을 입고 흰 촛대를 드는 의식을 할 것"이라고 해 종말 가능성을 일축했다.

지구종말론 부추기는 불안심리

전문가들은 지구종말론이 사회ㆍ경제적 불안에서 온 것으로 본다. 2001년 9ㆍ11테러, 지난해 발생한 일본 대지진과 허리케인 등 자연재해로 미래를 예측하기가 어렵고 전세계 경기침체 등 경제적 불안감까지 더해지면서 지구 종말론에 대한 강력한 믿음이 생겼다는 것이다. 롭 윌러 캘리포니아대 사회심리학 조교수는 "인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을 때 사람들은 그것을 설명하기 위한 무언가를 찾는다"라며 "지구종말론 같은 것이 그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을 추구하는 대중심리도 지구종말론을 부추긴다. 배리 바커 템플대 언론학과 조교수는 "대중들은 실수를 바로잡고 잘못됐던 것들을 다시 시작하려는 바람이 있다"며 "지구종말론을 믿음으로써 새로운 시작과 더 나은 내일을 꿈꾼다"고 밝혔다. 지구종말론은 밀레니엄을 앞둔 1999년 노스트라다무스의 종말 예언이 소개됐을 때도 인기를 끌었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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