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감 재선거 후보 중 보수 성향으로 분류되는 이상면 후보가 14일 돌연 사퇴했다. 문용린 후보 지지층의 압박에 밀린 정황이 역력한데, 문 후보에게 얼마나 득이 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이상면 후보는 이날 오후2시 서울 종로구 YMCA회관에서 “문용린 후보가 무너지고 병든 서울교육을 살리는 데 더 잘 하리라 생각한다”며 “제가 사퇴함으로써 보수표가 대폭 결집돼 문 후보가 당선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사퇴는 발표 직전까지 캠프 공보실장조차 모를 정도로 갑작스럽게 이뤄졌다. 구자경 공보실장은 기자회견이 열리기 1시간 전 서울시교육청 기자실로 달려와 “캠프 내에서 결정된 것이 아니다. 상황이 어떻게 된 건지 기자회견장에 가봐야겠다”고 말했다. 이상면 후보는 13일 저녁까지 정상적인 선거운동 일정을 소화했다.
이처럼 예기치 못한 사퇴에는 문용린 후보 지지단체들이 깊이 관여한 것으로 보인다. 사퇴 회견을 알려 온 것은 문 후보를 보수단일후보로 추대한 좋은교육감추대시민회의(시민회의)의 공동대표인 이경자 공교육살리기학부모연합 대표였다. 이 대표는 남승희 후보에게 사퇴를 협박한 혐의로 12일 이수호 후보 측으로부터 검찰에 고발당한 주인공이다. 또한 사퇴 기자회견도 공교육살리기국민연합, 자유수호국민운동 등 보수단체들이 ‘이수호 교육감 후보 사퇴촉구 기자회견’을 여는 자리에서 이뤄졌다.
문 후보 측에서 대가와 함께 사퇴를 제시했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온다. 교육계 한 관계자는 “이 후보 캠프 내부 인사로부터 ‘문 후보 측으로부터 자리 제안을 받았다’고 들었다”며 “12일 오후 8시쯤 사퇴를 놓고 캠프 내에서 격론을 벌였고 일단 완주하는 것으로 합의를 봤다고 했다”고 전했다.
보수적 성향의 이 후보는 투표용지 기재 순서 추첨에서 1번을 뽑아 여론조사 지지율이 10% 넘게 나왔기 때문에 이 후보의 사퇴는 문 후보에게 득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투표용지는 이미 인쇄가 끝나 이 후보가 사퇴해도 문 후보가 첫 번째로 기재되지는 않는다. 통상 사퇴 후보를 찍는 무효표가 4~5% 정도 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상면ㆍ남승희ㆍ최명복 후보로 보수표가 갈리길 기대해온 이수호 진보단일 후보 캠프 관계자는 “이 후보의 사퇴로 매우 불리하게 됐다”고 말했다. 보수 쪽 교육계 인사도 “1번 프리미엄까지 가진 보수 후보 한 명이 줄어듦으로써 문 후보 쪽으로 보수표 쏠림현상이 일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수호 후보는 이날 오후 충남 홍성교도소에 수감 중인 정봉주 전 의원을 면담했다. 정 전 의원은 2장 분량의 자필 편지를 통해 “깨어있는 시민이 적극 앞장 서서 이수호 선생님을 적극 지원하고 도와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안아람기자 onesh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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