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막 첫 걸음을 뗐을 뿐이다."
김호철(57) 러시앤캐시 감독은 최근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2012~13 NH농협 V리그를 앞두고 새롭게 사령탑으로 부임했지만 한 경기도 이기고 못하고 8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러시앤캐시가 KEPCO와 강호 현대캐피탈을 잇따라 꺾고 2연승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번 시즌 순위를 좌우할 강력한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김 감독은 "2승을 거뒀지만 우리가 잘했다기 보다는 상대가 방심했던 것이 크다"면서 "아직은 부족하다. 좀 더 조이고 닦으면서 계속해서 팀을 완성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러시앤캐시는 14일 현재 2승8패(승점 6)로 5위에 올라있다.
스스로 택한 고행의 길
김호철 감독은 프로배구에서 '승부사'로 불린다. 세터로 활약하던 1987년 세계 최고 리그로 손꼽히는 이탈리아로 건너가 베네통클럽 트레비소 팀에서 선수와 감독으로 모두 우승을 맛봤다. 이후 여러 팀을 거쳐 2004년 국내로 돌아와 현대캐피탈 사령탑을 맡아 2차례 우승을 일궈냈다. 지난해 현대캐피탈 총감독으로 사실상 일선에서 물러났던 그는 지난 10월 공석이었던 러시앤캐시 감독직을 수락하면서 코트로 복귀했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위탁 관리를 받고 있는 러시앤캐시는 아직까지 주인이 없다. 네이밍 마케팅으로 러시앤캐시의 지원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아무래도 여러 가지 부분에서 열악하다. 일부에서는 김 감독에게 "왜 힘든 길을 택했는가"라고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그는 "감독이라면 현장에 있어야 한다. 선수들과 함께 땀을 흘릴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설명했다. 김 감독은 현대캐피탈 시절을 떠올리며 "처음 현대캐피탈에 갔을 때도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보다는 나았던 것 같다"며 "러시앤캐시에는 김정환, 최홍석 등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젊은 선수들이 많다. 이들의 기량을 최고로 이끌어내는 것이 내가 해야 할 일이다"고 밝혔다.
부드러운 리더십으로의 변화
김호철 감독은 코트에 들어서면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변한다. 강력한 카리스마를 지닌 그는 경기 중 선수가 실수를 하면 큰 목소리로 호통을 쳐 '버럭' 감독이라는 별명을 갖기도 했다. 그랬던 그가 이제는 달라졌다. 선수들을 질책하기 보다는 경기 내내 박수를 치면서 독려하고 부드럽게 다독여준다.
김 감독은 "우리 선수들은 그 동안 (주인이 없어)여러 가지 면에서 소외됐던 부분이 많았다. 말 못할 답답함을 많이 들어주고 질타하기 보다는 부드럽게 동기 부여를 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부족한 부분은 충분히 설명해주고 프로이기 때문에 실력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시즌 목표는 인수 팀을 찾는 것
러시앤캐시는 시즌을 앞두고 전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의 불화로 어려움을 겪었다. 김 감독이 처음 팀을 맡았을 당시 제대로 된 훈련을 하지 못했던 선수들은 체력적인 부분에서 크게 뒤떨어졌다. 당장의 승리보다 팀을 만들어 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던 그는 오전, 오후 외에도 야간 훈련까지 시키면서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 올렸다. 김 감독은 "선수들이 대부분 5~7㎏씩은 빠졌다. 이제 조금씩 몸 상태가 올라왔고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고 자신했다.
김 감독의 목표는 단순하다. KOVO의 위탁 관리에서 벗어나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인수 기업을 찾는 것이다. "많이 좋아졌지만 팀이 더욱 안정을 갖기 위해서는 인수 구단을 우리가 스스로 찾아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응원해주는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해 멋진 플레이를 펼쳐야 한다"고 말했다.
"하루 아침에 달라지는 것은 없기 때문에 결과보다 과정이 중요하다. 우리에게는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고 강조했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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