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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생기도는 단양 별방지역아동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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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생기도는 단양 별방지역아동센터

입력
2012.12.1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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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군 영춘면 별방마을에 자리잡은 허름한 면사무소 건물. 인근의 별방초·중 수업이 끝나는 오후 4시가 되면 30명 남짓한 전교생이 그대로 이곳으로 몰려온다. 면사무소 내 별방아동센터에서 밥을 먹고, 보충수업이나 문화체험활동을 하고 저녁 9시가 넘어야 집으로 돌아간다. 마치 마을이 통째로 전체 아이들을 키우듯 저녁까지 공부방이자 놀이터가 열리는 것이 올해로 11년 째. 아이들에게는 학교와 공부방을 구별하는 것이 오히려 낯설다.

공부방 선생님은 마을의 유일한 교회를 이끌고 있는 한명수 목사와 부인 노현정씨, 사회복지사 2명과 자원봉사자 등 10여명이다. 딱히 놀 곳이 없던 동네 아이들이 교회 골방에 하나 둘 모이면서 꾸려진 공부방은 입소문을 타고 규모가 커졌다. 모이는 아이들 때문에 더 넓은 공간이 필요해지자 단양군은 면사무소 1층 빈 공간을 선뜻 내놓았다. 그렇게 단양군 1호 지역아동센터가 탄생했다. 몇 년 뒤엔 건물 2층에 중학생을 위한 '1318 해피존'을 차렸다.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은 오후 5시가 되면 센터에 모여 밥을 먹고, 각자 필요한 교과목을 보충하거나 본인이 선택한 특기적성 활동에 참여한다. 아침 8시에 등교해 공부방에서 운영하는 차를 타고 귀가할 때까지 학교에서 공부방, 집으로 이어지는 밀착형 교육이 제공되는 이뤄지는 셈이다.

학원 하나 없는 시골 마을에 별방아동센터가 안착하자 누구보다 환영한 것은 학부모들이다. 한 목사는 "별방아동센터에 아이를 맡기기 위해 이웃 초등학교에 다니던 딸을 별방초등학교로 전학시킨 학부모가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별방아동센터가 이렇듯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노씨는 "지자체와 지역 기관들의 자발적인 지원이 결정적이었다"고 말했다. 단양군청이 공부방 공간을 마련해주고, 충북교육청이 특기적성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식이다. 많은 지역아동센터들이 이 같은 협조를 얻지 못하고 고군분투하고 있는 것과는 크게 대조적이다.

학교와의 긴밀한 협력관계는 더할 나위 없는 모범사례다. 부모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부적응 학생들을 학교와 공부방이 양쪽에서 잡아주는 사회안전망 역할을 한다. 이날 공부방 사무실을 찾은 임태수 별방중 교사는 "별방중에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유독 우울하고 반항적이었던 한 학생의 행동 때문에 난감했는데, 어느 날 공부방 교사를 통해 아동의 가정 환경과 성장 내력을 듣고 나서 학생을 온전히 이해하게 돼 세심하게 지도하기 시작했다"며 "학교가 미처 챙기지 못하는 학생의 방과 후 생활까지 공부방이 돌보면서 복지의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고 했다.

노씨는 "공부방 초기만 하더라도 학교 측은 금방 없어지는 것 아니냐, 괜히 아이들만 들뜨는 것 아니냐며 우려했지만 그럴수록 적극적으로 학교를 찾아 이해를 구했다"며 "해가 갈수록 신뢰가 단단히 쌓여 지금은 학교 선생님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방과 후 프로그램도 우리에게 위탁할 정도로 교류가 활발하다"고 말했다.

임 교사는 "학교와 지역사회가 협력해 지역아동센터가 잘 꾸려지면 그 혜택은 고스란히 아동에게 돌아간다"고 강조했다.

단양=손효숙 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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