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제가 되어버린 천재를 아시오? 나는 유쾌하오.' (단편 '날개' 중에서)
작가 이상(1910~1937)의 시와 소설은 실험적 구성과 파격적 문체로 지금까지 그 의도가 온전히 드러나지 못한 채 베일에 가려져있다. 이 호기심이 다시 그를 지금 시대로 호출한다.
김민수 서울대 미대 교수는 이 난해함은 이상이 활동한 '1920대 갓 출현한 신건축과 디자인 이론은 물론 양자역학과 상대성 이론 같은 현대물리학과도 공명했기 때문'(5, 6쪽)이며, 그렇기 때문에 이상의 작품은 '일반적인 문학 차원을 넘어서 시각예술의 차원에서 봐야 한다'(8쪽)고 주장한다.
이상 문학의 알레고리를 풀 첫 번째 열쇠는 1928년에 그린 자화상이다. 자화상 속 왼쪽 눈의 눈동자는 밝은 반면 오른 쪽 눈엔 안구가 없는데, 눈물자국이 선명하다. 게다가 목이 잘려 있다. 핵심은 이 비대칭이 '의도적 표현'이라는 데에 있다. 자화상은 당대 세계적인 예술사조인 표현주의와 맞닿아 있다. 저자는 '이상이 살았던 일제 강점기는 자신의 글과 말을 자유롭게 표현할 수 없었다는 점에서 비밀이 필요했던 시대'이며 '이상 역시 그가 품었던 반역의 사유를 그의 시 속에 암호처럼 숨겨놓아야 했다'고 유추한다. 그 결과물이 오늘날까지 미궁에 쌓인 '이상한 가역반응', '且팔氏의 출발' 같은 시들이다.
두 번째 열쇠는 건축이다. 이상이 건축잡지 에 발표한 작품들을 보면 르 코르뷔지에의 영향을 크게 받았음을 짐작할 수 있다. 가령 시 '且팔氏의 출발'에서 '곤봉은 사람에게 땅을 떠나는 곡예를 가르치지만'이라는 구절은 지표면 위로 기둥이 솟아올라 집이 얹어지는 르코르뷔지에의 신건축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저자는 시 '이상한 가역반응'의 한 구절을 실제로 도식화하기도 하고, '삼차각설계도' 연작시의 수식들을 도식화해 시의 숨은 리듬을 살려낸다. 이상의 작품은 상대성이론이나 유클리드 기하학 같은 물리학 지식들, 초현실주의, 다다이즘 같은 당대 신예술사조와도 닿아 있다. 그래픽디자인 등 시각적 텍스트를 읽어내는 독법을 사용해 이상 시의 숨겨진 측면을 들여다 본 를 냈던 저자가 13년 만에 이상의 삶과 작품을 총체적으로 연결해 깊이 있게 분석했다.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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