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카드사와 가맹점 간 수수료율 갈등이 '치킨게임' 양상으로 치닫는 가운데 과도한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사회적 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한국의 신용카드 사용 비중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현금이나 직불카드로도 충분한 소비를 무심코 신용카드로 결제하면서 천문학적인 비용이 발생하고, 이는 결국 누군가의 부담으로 전가돼 끝없는 수수료 분쟁 악순환을 부른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 지난해 신용카드 사용에 따른 추가 부담이 14조원 이상으로 추산됐다. *관련기사 8면
13일 카드업계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신용카드 사용액(2010년 기준 35.1%)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연 1위다. 1인당 연간 신용카드 이용 건수(2010년 기준 116건) 역시 30~90건 수준인 미국, 영국, 캐나다 등 지급결제제도위원회(CPSS) 23개 회원국 중 가장 높다.
문제는 신용카드가 꼭 필요해 사용하는 건 아니라는 점. 결제 편의성, 세원(稅源) 확보 등을 명분으로 정부가 장려하고 카드사들이 경쟁적으로 권하는 사이, 반드시 '신용 구매'가 필요 없는 사람들까지 무심코 신용카드를 쓰는 경우가 많다.
이는 필연적으로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킨다. 한국은행이 주요국가의 신용카드 평균 사회적 비용을 연구한 자료에 따르면 신용카드 결제 1건당 드는 비용은 평균 2.08유로(약 2,920원)로 직불카드(0.52유로ㆍ약 730원)의 4배나 된다. 한국일보 분석 결과, 만약 지난해 신용카드 결제액 전체를 직불카드로 결제했다면 14조4,000억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활동인구(2,580만명) 1인당 55만8,000원 꼴이다.
신용카드 남용에 따른 사회적 비용은 결국 소비자에게 전가된다. 최근 카드사로부터 수수료 인상안을 통보 받은 가맹점들이 집단 반발하는 것도 결국 수수료 비용이 오르면 상품 및 서비스 가격에 전가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수익구조에 타격이 올 것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또 신용카드 유지비용은 사용자 모두가 지불하지만, 캐시백이나 가격할인 등의 혜택은 젊은 세대 등 일부 계층이 집중적으로 누리는 구조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이보우 단국대 신용카드학과 교수는 "선진국에 비해 지나치게 신용카드로 편중돼 있는 결제 구조는 필연적으로 고비용을 초래해 각종 부작용을 양산한다"며 "다양한 결제 수단을 실질적으로 늘릴 특단의 대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김용식기자 jawohl@hk.co.kr
채지선기자 letmeknow@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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