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원(42) 신임 수원 삼성 사령탑이 명가의 자존심 회복을 선언했다. 퇴색했던 수원의 색깔을 되찾아 힘찬 비상의 날갯짓을 한다는 각오다.
서 감독은 13일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취임 일성으로 빠른 축구를 강조했다. 서 감독은 현역 시절 폭발적인 스피드로 축구 국가대표팀의 간판 공격수로 활약하며 '날쌘돌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 감독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빠르고 공격적인 축구를 '서정원 스타일'로 정의했다. 그는 "빠른 템포의 축구가 가장 중요하다. '빠른 축구'에는 여러 의미가 담겨 있다. 공격과 수비는 물론 생각의 속도도 빨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격적인 수비'의 중요성도 역설했다. 수원은 지난 시즌 파울이 가장 많은 팀 중 하나였다. 일부에서는 이를 놓고 '비신사적인 플레이'라고 문제 삼았다. 그러나 서 감독은 "지난 시즌 파울이 많았던 것을 오해하는 시각이 있지만 상대 선수를 다치게 하지 않는 한 강력한 압박을 가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본다. 필요한 파울은 아끼지 않겠다"고 당당히 말했다.
수원은 성적에 대한 중압감이 큰 구단이다. 사령탑으로서 데뷔하면서 큰 짐을 떠안게 된 셈이다. 그러나 서 감독의 표정에는 성공에 대한 부담감보다는 자신의 축구를 맘껏 펼쳐 보이겠다는 자신감이 넘쳐 흘렀다.
서 감독은 "성적에 연연하지 않을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을 성적에 맞추면 곤란하다. 딱딱하면 부러지기 쉽다. 내가 원하는 팀을 만들 수 있다면 성적도 따라오리라고 생각한다"고 미래를 낙관했다.
신임 사령탑으로서 지상 과제로 제시한 것은 수원의 정체성 확립이다. 수원은 최근 들어 '확실한 팀 컬러가 없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서 감독은 "이제 팀의 퍼즐을 하나씩 맞춰가야 한다. 좋은 팀을 모델로 삼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원의 색깔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 선수들에 맞는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동계 훈련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라이벌팀에 대한 경고의 메시지도 잊지 않았다. 안양 LG(서울 전신)에서 선수 생활을 했던 경력도 있는 서 감독은 "지난 시즌 서울의 업적은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앞으로가 중요하다. 서울과의 맞대결에서 계속 승리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서울의 우승은 이미 '과거지사'일 뿐이라고 말했다. 대표팀 선배인 황선홍 감독이 이끄는 포항에는 설욕의 다짐을 했다. 수원은 지난 시즌 포항에 세 차례 패배를 당했다. 특히 7월1일 정규리그 19라운드 원정 경기에서 0-5 대패의 치욕을 안았다.
서 감독은 "포항에 아픈 기억이 많다. (황)선홍 형에게 꼭 갚아주고 싶다. 우리 팀이 지난 시즌 경기력이 좋지 않았지만 내년에는 반드시 빚을 갚겠다"고 명예회복을 선언했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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