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적절한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이 질문에 대해 법원이 변화하는 언론 환경을 고려하면 위헌적 소지가 있다고 처음으로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환수)는 19대 총선을 앞두고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로 기소된 '나는 꼼수다' 멤버 김어준(44) 딴지일보 총수와 주진우(39) 시사인 기자가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하고 있는 공직선거법 60조1항에 위헌적 요소가 있다"며 신청한 위헌법률심판을 13일 제청했다.
재판부는 '언론인'의 개념이 불명확한 점부터 지적했다. 재판부는 "과거 신문 등을 발행할 때 엄격한 요건을 갖춰 등록했던 것과 달리 현재 인터넷언론사 등은 등록만 하면 누구나 발행인이 된다"며 "언론인의 한계가 모호해져 법률에서도 실질적인 개념 정의나 한계 설정을 포기한 상황을 고려하면 언론인 선거운동 금지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헌법상 어떤 행위를 법률로 처벌하려면 상식적인 수준에서 자신이 처벌될 가능성을 예측할 수 있어야 하는데, 현재 법률로는 처벌할 수 있는 '언론인'을 특정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재판부는 또 "최근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블로그 등 개인미디어가 매우 활성화돼 그 영향력이 웬만한 종이신문을 넘어설 정도"라며 "SNS 등이 선거운동에 무제한적으로 허용된 상황에서 등록된 언론사의 언론인에게만 선거운동을 금지하는 것은, 큰 강물은 그대로 두면서 그 옆에 흐르는 개천만을 막겠다는 것"이라고 비유해 지적하기도 했다.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허용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도 현행 법률로 충분히 해결이 가능하다고 재판부는 강조했다. 재판부는 "공직선거법 8조는 공정한 선거보도를 하지 않은 기사에 대해 반론보도 청구 및 처벌 규정을 두고 있다"며 "그럼에도 모든 언론인에 대해 일체의 선거운동을 포괄적으로 금지하는 규정을 두는 것은 지나치게 넓게 선거운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재호기자 next88@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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