액션·코미디·드라마 녹인 SF톰 행크스·할리 베리·휴 그랜트 등 할리우드 스타들 1인다역 연기성전환 수술한 라나 워쇼스키 감독 "혁명가 복제인간 연기한 배두나… 순수하면서 강인한 캐릭터 잘 소화"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복잡한 영화다. 500년의 시간을 여섯 개의 에피소드로 쪼개 국적ㆍ인종ㆍ성ㆍ신분의 경계를 넘어 환생하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영국 작가 데이비드 미첼이 2004년 발표한 동명 소설을, 영화 '매트릭스'로 유명한 워쇼스키 남매 감독과 '향수: 어느 살인자의 이야기'의 톰 티크베어 감독이 스크린으로 옮겼다. 미첼에 따르면 제목은 "시공간을 초월해 구름처럼 변하며 환생하는 인간의 고정된 본성"을 가리킨다.
13일 내한한 세 감독은 국내 기자들과 만나 내년 1월 10일 국내 개봉하는 '클라우드 아틀라스'에 대해 "모험, 코미디, 심각한 주제의 드라마, 미래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여섯 개의 에피소드가 병렬 구조로 이어지는 영화는 정체 모를 병에 걸린 백인 변호사의 이야기(1849년)로 시작해 동성애자 작곡가의 이룰 수 없는 로맨스(1936년)와 핵발전소의 비리를 둘러싼 추격전(1973년), 형의 음모로 정신병원에 수감된 출판 편집자의 탈출기(2012년)를 거쳐 서울을 배경으로 한 복제인간의 혁명(2144년)과 암울한 현실 속에서 희망을 찾아가는 미래사회(2321년)를 펼쳐놓는다. 톰 행크스, 할리 베리, 휴 그랜트 등 주요 배우들이 적게는 3개에서 많게는 6개 이상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성전환 수술 후 래리라는 이름을 버린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영화 '브이 포 벤데타'(2005) 촬영장에서 주연 배우 나탈리 포트먼이 읽던 책을 본 후 마음에 들어 내가 먼저 영화화를 제안했다"고 했다. "동양의 윤회사상은 불멸과 지속성에 대한 것이기에 서구의 철학보다 매력적입니다. 서구 철학은 다른 세계가 있을 수 있어도 현세와는 다른 세계라 생각하지만 동양에선 현세와 다른 세계가 결부되는 것이라 생각하지요."
대중성과는 다소 거리가 있는 소재 때문에 영화는 제작 준비 과정에서 진통을 겪었고, 제작자이기도 한 세 감독은 4년의 산고 끝에 여러 투자자들의 도움을 받아 1억 달러 규모의 값비싼 독립영화를 만들었다. 앤디 워쇼스키 감독은 "투자를 받는 일은 끝없는 고문과도 같았다"며 "투자가 들어오다 중단된 것만 서른 정도 된다"고 회고했다.
미래의 서울을 배경으로 한 에피소드가 영화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세 감독은 이전까지 한국을 방문한 적이 없다고 했다. 라나 워쇼스키 감독은 "아내가 김치를 담글 정도로 한국에 애정이 많지만 한국에 오게 되면 미래의 서울을 상상하는 데 한계가 생길까 봐 일부러 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 에피소드에서 배두나는 혁명가로 변신하게 되는 복제인간 '손미-451'을 연기한다. 라나 워쇼스키는 "손미가 시공을 초월하는 캐릭터라서 한국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해 톰과 상의해 결정했다"며 "배두나가 순수하고 초인간적이면서 혁명까지 이끌 수 있는 강인한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다"고 했다. 영화 '스피드레이서'에 비(정지훈)를 캐스팅하기도 했던 그는 한국 영화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 영화 산업은 크게 발전하고 있고 엄청난 성장을 했습니다. 재미있는 영화들과 뛰어난 배우들을 배출하고 있어요. 적당한 시나리오가 있다면 앞으로 다른 한국 배우와도 작업할 생각이 있습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조은민 인턴기자 (숙명여대 국어국문학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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