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광명시 입점을 앞둔 코스트코가 지역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영업시간을 1시간 줄이기로 하는 내용의 상생협약을 지역 중소상인들과 체결했다. 최근 대형마트와 중소상인 간 갈등이 불거진 이후 대형마트가 자발적으로 영업시간을 단축키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다른 지역 대형마트들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그 파장이 주목된다.
광명시는 11일 중소기업청 중재로 15일 개점을 앞둔 코스트코 광명점과 광명슈퍼마켓협동조합, 광명전통시장 관계자들이 참석한 3차 사업조정회의를 열고 최대 쟁점인 코스트코의 영업시간을 오전 8시~오후 9시까지로 합의했다고 12일 밝혔다. 광명점 외 다른 지역 코스트코 매장 영업시간은 오전 8시~오후 10시이다.
김남현 광명슈퍼마켓협동조합 이사장과 코스트코 코리아 프레스톤 드래퍼 대표이사가 이날 체결한'코스트코 광명점 상생합의서'에는 영업시간 단축 외에도 ▦시의 적법한 영업제한 처분 성실 이행 ▦전통시장 판매 동종 농산물 판매제한 권고 ▦광명점 자체 소비 생활용품 및 사무용품 가급적 시내 업체 이용 ▦직원 채용 시 지역주민 우선 등의 내용이 담겼다. 코스트코 광명점은 이에 앞서 전통시장과 슈퍼마켓에서 많이 판매되는 무 배추 깻잎 상추 쑥갓 아욱은 팔지 않겠다는 이행계획서까지 제출했다.
양기대 광명시장은 이날"코스트코 매장들을 포함한 대형마트 중 영업을 오후 9시까지만 하는 것은 광명점이 처음"이라며 "상생을 위해 협조한 중소상인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광명시 중소상인들은 이번 체결한 상생협약 가운데 코스트코가 영업시간을 오후 9시까지로 1시간 줄인 데 대해 각별한 의미를 두고 있다. 한 상인은 "광명시내에서 코스트코 광명점까지의 거리는 약 8㎞로, 직장인들이 평일 퇴근 시간대 저녁식사까지 해결하며 코스트코에서 쇼핑을 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일"이라며 "밤 12시까지 문을 여는 다른 대형마트들은 영업시간을 1시간만 줄여달라고 해도 난리를 치는 판에 코스트코의 이번 결단은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한편 코스트코 광명점은 개점이 코앞인데 중소상인들의 영업조정신청과 대규모 집회, 시와 정치권의 지속적인 요구가 잇따르자 영업시간 제한에 동의한 것으로 보인다. 또 의무휴업을 놓고 서울시에 맞서다 대내외적으로 타격을 입은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광명시의 상생협약 체결을 계기로 유통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 전망이다. 우선 코스트코는 광명점 영업시간을 줄이기로 한 이상 다른 지역 매장들에 대한 영업시간 단축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어졌다. 또 외국계기업이 오후 9시까지만 영업하는데 밤 12시까지 문을 여는 국내 대형마트들에도 비슷한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김남현 이사장은 "요구사항이 100% 수용된 것은 아니지만 이 정도면 우리도 받아들일 만하다"며 "광명시의 상생협약 성공모델이 다른 지역에서도 대형마트와 골목상권 간의 갈등해소 방안으로 적용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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