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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맡긴 차, 직원이 사고내 폐차 만든 BM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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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리 맡긴 차, 직원이 사고내 폐차 만든 BMW

입력
2012.12.12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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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 춘천시 한 자동차정비소 직원들은 지난달 말 겪은 황당한 일을 잊지 못한다. 추석 연휴에 사고 견인차 기사가 BMW 미니 쿠페 한 대를 맡겼고 이틀쯤 뒤 주인이라는 30대 남자가 전화를 걸어와 "내가 직접 찾아갈 테니 그냥 두라"고 할 때만 해도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두 달이 지나도 주인은 나타나지 않았다.

견인비를 받지 못한 기사가 참다못해 정비소를 찾아와 차 안을 샅샅이 뒤진 끝에 명함 하나를 발견, 전화를 걸어보니 실제 차 주인인 정모(47)씨였다. 자신이 차 주인이라며 정비소에 전화했던 30대 남성은 알고 보니 BMW코리아의 AS센터 직원이었다. 그는 고객이 수리 맡긴 차를 무단으로 타고 나왔다가 사고를 일으킨 뒤 정비소에 방치한 터였다. 정비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값비싼 수입차의 서비스 수준이 그 정도라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7월 계기판에 변속기 이상 신호등이 들어와 서울 동대문의 AS센터에 맡긴 정씨의 미니 쿠페는 넉 달 만에 폐차 지경이 돼 있었다. BMW코리아 관계자는 "BMW를 수입 판매하는 딜러사 중 하나인 도이치모터스가 운영하는 AS센터 직원이 고객 차량을 잘못 관리해 발생한 일"이라고 해명했지만, 서비스 관리 책임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고급 수입차 회사의 어이없는 AS 사례는 이밖에도 부지기수다. 한 여성 네티즌은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가족을 태우고 구입한 지 6개월 된 BMW를 몰고 가다 뭔가 앞 유리창에 부딪혀 엄청 놀랐는데 알고 보니 펜더(자동차 바퀴에 달린 흙받기)가 떨어져 날아온 것이었다"고 불만을 터뜨렸다. 그를 더 분노하게 건 AS센터의 태도. 경기 성남시에 있는 서비스센터를 찾은 그에게 직원은 "이런 경우는 한번도 없었다. 차량 결함은 아니니 보증 수리는 해줄 수 없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지난 2월 국내 출시된 BMW 신형 3시리즈와 1시리즈에는 아예 '녹차'라는 별명이 붙었다. 지난달 말 이 차종 일부의 시트 프레임(좌석을 받쳐주는 틀)이 부식된 채 출고돼 물의를 빚었기 때문이다. 320D 모델을 구입했던 이모(36)씨는 녹이 슨 차량에 대한 환불 요구를 했다 거절당하자 지난 3일 자신의 차량을 공개적으로 부수기도 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3주 전 고속도로에서 구입한 지 3년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재규어 XF3.0 차량의 변속기가 갑자기 작동되지 않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김 교수는 "변속기는 10년을 몰아도 문제가 없어야 하는데 프리미엄 차에서 그런 결함이 발생해 납득이 안됐다"고 말했다. 수리도 문제였다. 국산 차라면 당일 교체가 가능한데 부품을 구해야 해 무려 10일을 맡겨야 했고 수리비도 1,000만원이나 됐다.

김 교수는 "수입차의 서비스 태도를 보면 소비자를 '마루타'로 생각하나 싶을 정도로 심각한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수입자동차 관련 피해 구제 신고는 115건으로 전년보다 59건이나 늘어났다. 1년 사이 2배가량이나 증가한 셈이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김민호기자 kimon8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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