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소개로 스케이트 보드를 처음 접하게 된 소년은 남들과 다른 것이 좋았다. 취미로 보드를 타던 그는 넘어지고 또 넘어졌지만 다시 일어났다. 부모의 반대도 심했지만 언젠가는 인정받을 수 있다고 굳게 믿었던 최재승(20)은 지난 5일 국내 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적인 에너지 드링크 회사인 레드불과 계약했다. 이로 써 그는 향후 1년 간 해외 대회 참가 후원은 물론, 훈련 장비 및 선수 활동 보조비 등을 지원받는다.
스케이트 보드는 나의 운명
11년 전 가족과 함께 미국 버지니아로 건너간 최재승은 주변 친구들의 권유로 13세 때 처음으로 보드를 타게 됐다. 워싱턴 D.C. 프리덤 플라자에서 보드를 타던 최재승은 15살 때 처음으로 지역 회사 관계자의 명함을 받고 묘기 영상을 찍으며 재미를 붙여 나갔다. 물론 부모의 반대는 심했다. 1남2녀 중 막내였던 그가 평범하게 성장하길 바랬지만 그는 유명 스케이트 보더가 되겠다는 꿈을 저버릴 수는 없었다.
수업 시간 외에 하루 종일 보드를 탔던 그는 2007년 처음 출전한 미국 버지니아 지역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조금씩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이후 여러 대회에서 우승을 했던 그는 2009년 스케이트 보드 묘기 동영상을 유투브(YouTube)에 올려 30만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특히 미국의 캐나다 대사관 앞 계단 디딤판 21개에 도전하는 영상은 많은 해외 스케이트보드 팬들의 관심을 모았다.
열정이 만들어낸 기적
최재승은 현재 자신의 주특기인 360도 킥플립(공중에서 360도 회전하는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 무려 1년 이상의 노력을 기울였다. 셀 수 없을 정도로 넘어지면서 팔다리 타박상은 기본이었다.
지난해 5월 개인 사정으로 한국에 귀국한 그가 주로 활동하는 장소는 동대문역사박물관의 훈련원 공원이다. 국내 스케이트 보더들이 몰리는 유명 장소이다. 하루 7~8시간씩 피나는 연습을 하던 그는 결국 지난 5월 한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관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지난달 꿈에도 그리던 레드불과의 계약에 성공했다.
그는 계약 이후 반대가 심했던 부모님께 전화를 드렸던 순간을 잊을 수 없다. 그는 “평소 아버지께서 표현을 잘 안 하시는 편이신데 계약 소식을 전해 들으시고는 ‘수고했다. 자랑스럽다, 아들’ 이라고 말씀 해주시는 걸 듣고 눈물이 날뻔했다”고 돌아봤다.
“40대까지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싶어요”
최재승의 목표는 확고하다. 이제 막 20대가 된 그는 좋아하는 스케이트 보드를 계속해서 타면서 세계적으로 존경을 받는 것이다. “주변 형들이 30대만 되면 몸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 대회에 나갔을 때 30대, 40대 선수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면서 “오랫동안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그리고 대중적으로 익스트림 스포츠가 더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레드불 관계자는 “그 동안 많은 선수들을 지켜봤지만 상의가 아닌 하의까지 흠뻑 젖는 선수는 처음 봤다”면서 “그만큼 가슴이 뜨겁고 너무나 열정적인 선수다”고 평가했다.
그는 “왜 스케이트 보드를 타냐”는 사람들의 편향된 시선을 깨뜨리고 싶다고 말했다. 왜곡된 시선이 아닌 박수를 쳐주고 많은 격려를 부탁 한다고 전했다. “다 똑같으면 재미 없잖아요”라고 말하는 젊은 청년의 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 아니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이재상기자 alexe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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