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부천시의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근로자들은 내년부터 최저임금이 아닌 생활임금을 받게 될 전망이다. 생활임금은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임금 수준으로 최저임금보다 높다. 부천시는 국내 지방자치단체로는 처음으로 생활임금 관련 조례를 제정, 매년 지자체 예산 범위 내에서 적정 생활임금을 정할 계획이다.
이 같은 부천시 변화의 중심에는 부천시 지역노사민정협의회가 있다. 협의회는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가 너무 많다는 문제의식에서 부천시 공공부문 노동자 1,200여명을 실태조사했고 이 결과를 바탕으로 조례안을 만들고 있다. 구직자들을 위해서는 인터넷 사이트 '부천지역 훈련정보망'을 통해 153개 직업훈련 기관의 프로그램 정보를 월 평균 250여개씩 제공하고 있다. 또 50인 미만 중소 영세 사업장이 전체 사업장의 98.6%에 달하는 부천시의 기업 특성에 맞게 기업자문단을 구성, 기업을 찾아 다니며 정부의 지원정보를 알리고 애로사항을 듣는 등 사업주들을 위한 지원도 적지 않다.
경기 수원시 지역노사민정협의회는 인력 부족에 시달리는 산업과 구직자를 연결하는 데 성공했다. 협의회는 CCTV 시장이 급격히 커지면서 수원지역 CCTV 관련 기업들의 인력 부족률이 50%나 된다는 점에 착안, 인적자원개발(HRD)센터에 '보안네트워크산업 전문엔지니어 양성과정'을 개설해 20~40대 실직자 영세자영업자 등을 훈련시켜 기업에 연계시켰다. 2010년부터 총 94명이 훈련을 완료하고 이 중 75명이 취업했다.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지역 맞춤형 일자리를 만들어낸 것이다.
지역노사민정협의회는 지역 내 기업의 노사관계와 고용 문제, 인적자원개발, 노동자 복지 등을 총괄, 각 당사자의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지역에 필요한 사업을 찾고 당사자간 이해관계를 조율하는 기구다. 예컨대 지역 기업의 노사가 갈등을 빚을 경우 이를 중재하고, 지역 특성에 맞는 일자리를 발굴하고 구직자를 훈련시켜 기업과 노동자와 연결해주는 것 등 이다. 노사관계법에 근거한 지역 내 독립된 사회적 대화기구로, 위원장은 지자체장이 맡는다. 1999년 광주시 광산구와 경기 부천시 등에서 자생적으로 생겨나기 시작했고, 2008년부터 고용노동부가 협의회의 사업을 지원하면서 그 수가 늘어 현재 107개(광역 16개, 기초 91개)에 달한다.
하지만 경기 부천시나 수원시처럼 시민들의 피부에 와 닿는 역할을 하는 곳은 손에 꼽을 정도다. 대부분이 협의회만 구성한 정도이고 지역에 맞는 사업을 발굴해 시행하지는 못 하고 있다. 아직 노사민정협의회의 역사가 짧다는 한계도 있고, 협의회를 주도적으로 이끌어야 하는 지자체장들의 의지나 역량도 부족하다. 또 정부뿐 아니라 노사, 시민사회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지만 풀뿌리 민주주의가 발달하지 않은 지역도 많다.
전문가들은 지역노사민정협의회 활성화를 위해 정부 역할과 지역 내 네트워크 형성을 강조했다. 김주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중앙 정부와 지자체장이 노사민정협의회에 대해 더 강한 의지를 가져야 하고, 지역 내에서는 각 주체들이 네트워크를 탄탄히 형성해 수 년간 신뢰감을 구축해야 실질적인 성과를 이끌어 낼 수 있다"며 "특히 협의회 내 실무협의회와 하부 업종ㆍ의제별협의회 등 실무자 차원의 네트워크 형성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보라기자 rarara@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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