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 서울과 수원 삼성의 맞대결은 프로축구의 흥행 보증 수표다. 프로축구가 흥행 부진으로 몸서리를 칠 때도 두 팀의 대결에는 구름 관중이 모여 들었다. 코칭스태프와 선수, 프런트, 팬들에 이르기까지 '너에게 만은 질 수 없다'는 의식이 팽배해있다.
양 팀의 맞대결은 다음 시즌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라이벌 대결의 역사에 사령탑의 자존심 대결이 더해졌기 때문이다.
수원은 12일 윤성효 감독의 사임과 함께 서정원 전 수석 코치에 4대 사령탑의 지휘봉을 맡긴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축구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으며 한국 축구의 간판 스타로 군림했던 최용수 감독과 서정원 감독은 다음 시즌 '슈퍼 매치'에서 서로 총을 겨누게 됐다.
수원은 "윤성효 감독이 구단 측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변화를 위해 2선으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다. 혼선 없는 팀 운영과 젊은 리더십을 통한 전력 강화를 위해 서정원 코치를 차기 사령탑으로 선임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서 감독은 1999년부터 2004년까지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K리그 정규리그 챔피언 2회(1999년, 2004년), 아시아클럽 챔피언(AFC 챔피언스리그 전신) 우승 2회(2001, 2002)의 주역으로 활약하며 '수원의 레전드'로 인정 받고 있다.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로 조광래 감독을 보좌하다 지난해 12월 감독 경질과 함께 '친정'으로 돌아와 윤성효 전 감독을 보필했다. 명실상부한 '수원통'이라고 할 만 하다.
그러나 서 감독은 수원 유니폼을 입기 전 안양 LG(서울 전신)의 유니폼을 입었고, 불편한 관계를 맺었던 과거를 갖고 있다. 서울과 수원이 앙숙 관계가 급속도로 정착된 촉매제라는 평가를 받고 있을 정도다.
서 감독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1992년 안양 유니폼을 입었다. 1997년까지 안양의 간판 공격수로 맹활약했다. 1998년 스트라스부르(프랑스)로 진출했고, 1999년 국내로 돌아왔다. 그런데 전 소속 팀 안양 대신 수원 유니폼을 입었다. 이적 문제는 법정까지 갔다. 안양 팬들은 경기장에서 '유니폼 화형식'까지 펼치며 분노를 표출했다.
서울로서는 '배신자'가 라이벌 팀 사령탑으로 돌아온 셈이다. 반면 수원으로서는 '레전드'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지휘봉을 잡았다. 팬들은 90년대 한국 축구의 간판으로 군림했던 스타 플레이어들이 사령탑으로 펼치는'외나무 다리 대결'을 볼 수 있게 됐다.
지난 시즌 비틀거리던 서울은 선수 시절부터 팀에 뼈를 묻었던 최 감독을 사령탑 대행으로 선임하면서 중심을 잡았고 올 시즌 챔피언에 올랐다. '레전드'에 지휘봉을 맡긴 수원이 내년 시즌 'K리그 전통 명문'의 지위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내년 시즌 '슈퍼 매치'는 그 어느 때보다 불꽃을 튈 전망이다.
김정민기자 goav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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