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정말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불의만 있고 분노는 없던 때 절망하며 계급의 전쟁을 겪으며 살아오지 않았던가"(브레히트의 시에 곡을 붙인 '후대에게')
테너 임정현(48)씨의 첫 음반 '아름다운 생애, 아름다운 미래'는 아름다운 음색으로 감수성을 자극한다. 가사는 거칠지만 더불어 사는 사회 부활의 소망이 담겨 있다.
서울예고, 서울대 성악과를 졸업한 임씨는 여느 성악가와 다른 길을 걸어 왔다. 민중문화운동연합 노래패 '새벽'에서 활동하며 울산 현대중공업, 서울지하철 노조 등의 문화 활동을 지원해온 '운동권 테너'다.
임씨는 "첫 음반에는 듣기에 편안한 노래를 넣으라는 지인들의 조언도 있었지만 소통의 장인 음반이야말로 내 생각과 의지를 넣어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를 바라보는 내 시각을 진솔하게 담는다면 서정성 역시 담보할 수 있을 것으로 믿었다"며 "이 음반이 시대를 치유하는 데 보탬이 되면 좋겠다"고 바랐다.
"노래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 성악가를 꿈꾼 건 그라고 다를 바 없다. 하지만 대학 진학 후 오히려 음악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클래식 음악이 혼돈의 시대상과 동떨어진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졸업 후 "성악가도 예술을 생산 기반으로 하는 한 사람의 노동자일 뿐"이라고 느껴 다시 성악에 집중했다. 서른 넘어 유학을 떠났다. 폴란드, 이탈리아, 독일에서 8년 간 머물었고 이탈리아 브린디시 국제 콩쿠르(2002) 등에서 입상도 했다.
그는 "고전음악과 현대음악 사이 어디쯤에 있을 동시대 사람들의 삶 자체가 녹아 있는 음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공연 기획사 포스오페라를 운영하고 있다. 신동엽 시인의 '금강'을 서양 음악 양식 칸타타와 접목시킨 '칸타타 금강'을 무대에 올렸다.
임씨는 "내가 하는 작업으로 세상이 크게 바뀔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치인들이 세상을 바꾼다고 하지만 진짜 변혁을 이끄는 사람들은 변함 없이 제 삶의 터전을 지키는 사람들"이라며 "가수로 사회의 내공을 키우는 그런 사람 중 한 사람이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김소연기자 jollylif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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