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발사대에 장착했던 장거리 로켓을 다시 떼어 조립건물로 옮겨 수리에 들어간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일러도 북한이 연장한 발사기한인 29일에 임박해서야 발사가 이뤄질 공산이 커졌다.
정부 소식통은 이날 "위성 사진을 판독한 결과 북한이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의 로켓 발사대에 장착됐던 로켓을 해체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북한은 발사대를 가렸던 위장막을 치우고 1, 2, 3단 로켓을 발사대에서 분리한 뒤 조립건물로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다른 정부 소식통은 "북한이 로켓을 세워두고 수리할 일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리가 끝나면 로켓을 다시 세워 예고한 기간 내에 발사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북한은 당초 예고한 발사시한을 22일에서 29일로 미루며 '운반 로켓의 1계단 조종 발동기 계통'에 기술적 결함이 있다고 밝혔다. 이 계통은 1단 로켓의 방향을 조종하는 구동시스템이다. 정부 관계자는 "로켓을 일정한 방향으로 움직이게 하는 날개 조종 모터, 프로그램, 센서 등 시스템 중 일부에 문제가 있거나 전체에 결함이 발생했을 수 있다"고 했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대에서 다시 끌어내릴 정도면 기술적 결함은 예상보다 심각한 것일 수 있다. 정부 당국은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밀 분석 중으로 알려졌다. 조광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나로호발사추진단장은 "북한이 로켓을 발사대에 세워두고 수리했다면 경미한 결함이었겠지만, 분리해 조립동으로 옮겼을 정도면 고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개연성이 크다"고 말했다.
정부 측은 북한이 러시아의 미사일 기술을 응용하는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민간 군사전문연구기관인 '글로벌 시큐리티'의 찰스 빅 선임연구원에 따르면, 북한이 4월에 이어 이번에 발사할 3단 로켓의 1단 추진기관은 러시아가 설계한 탄도미사일 'SS-N-6'의 엔진을 본떠 만든 노동-B 미사일 4개를 묶은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자국 기술이 아니어서 완벽하지 않은 데다 추진력이 큰 엔진 4개를 한 데 묶기까지 하다 보니 제어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군 당국은 일단 군사대비 태세를 하향 조정했다. 군 관계자는 "국방부ㆍ합동참모본부 통합 위기관리조직 단계를 소장급이 반장을 맡는 초기대응반에서 준장급이 팀장인 태스크포스(TF)로 내리고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용키로 했다"고 말했다. 또 로켓 추진체 잔해 인양을 위해 투입했던 청해진함도 철수시켰다. 그러나 3단계에서 2단계로 강화한 대북 정보감시 태세(워치콘)는 로켓 발사대 해체가 확인되기까지 유지키로 했다.
한편 북한의 로켓 발사 강행 움직임에 대해 현재까지 우리나라, 미국, 일본은 물론 중국, 러시아, 독일, 베트남, 캄보디아 등 모두 28개국과 유엔, 유럽연합(EU),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 국제기구 3곳이 대변인 성명이나 브리핑 형식으로 발사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권경성기자 ficci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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