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손' 이운재(39)가 15년 프로 생활을 접고 은퇴를 선언했다.
2002 한일월드컵 4강 신화의 주역인 이운재는 11일 에이전트사인 ㈜모로스포츠 마케팅 컴퍼니를 통해 은퇴 의사를 밝혔다. 그는 "선수생활 지속과 은퇴 사이에서 고민했으나 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여주면서 떠나야 한다고 판단했다"며 은퇴 배경을 밝혔다. 아직도 선수 생활을 할 수 있는 충분한 기량을 갖췄음에도 이운재는 자존심을 지키며 은퇴를 결심했다. 비록 정상의 자리에 있는 건 아니지만 좋은 인상을 남기면서 떠날 수 있을 때 골키퍼 장갑을 벗게 된 셈이다.
1996년 수원 삼성에서 프로에 데뷔한 이운재는 2012년까지 통산 410경기(425실점)를 소화했다. 2011년부터 2년간 전남 유니폼을 입고 67경기 67실점으로 경기당 1실점을 기록하는 등 녹슬지 않는 기량을 과시했다.
이운재의 프로 생활은 화려했다. 그는 2008년 골키퍼 최초로 K리그 최우수선수(MVP)로 뽑혔다. 수원에서 모두 4차례(1998, 1999, 2004, 2008년) 리그 우승을 차지했고, FA컵도 3번(2002, 2009, 2010년)이나 정상을 밟았다. 2009년도에는 FA컵 MVP 수상의 영광을 안기도 했다.
대표팀 경력은 더욱 화려하다. 1992년 23세 이하 대표팀에 발탁돼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그는 2000년부터 A대표팀에서 부동의 주전 골키퍼로 활약했다. 4차례 월드컵(1994, 2002, 2006, 2010년)에 출전했고, 한국 골키퍼로는 유일하게 센추리 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에도 가입했다. A매치 132경기에서 114실점을 기록했다.
특히 승부차기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2002년 한일 월드컵 스페인과의 8강전 승부차기에서 호아킨의 슈팅을 막아내며 4강 신화 에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호아킨의 슈팅을 막아내고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짓던 모습은 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고, 한국 축구사의 명장면으로 꼽히고 있다.
이운재는 오는 17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구 삼성동 라마다 호텔에서 은퇴식을 갖는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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