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중국은 세계 최대 경제국이 되고, 미국은 동급 최강(first among equals)의 지위를 유지한다. 유럽 일본 러시아는 상대적으로 퇴보하고, 아시아는 경제와 군사력에서 북미 유럽에 우위를 점한다. 또 2030년이 되면 무슬림 테러리즘이 종식되고, 미국은 에너지 자립을 달성해 중동 의존에서 벗어난다. 이와 함께 개인 역량의 강화, 네트워크 확대에 따른 권력분산, 고령화ㆍ중산층 확대, 식량 물 에너지 같은 자연자원 부족이 세계를 변화시키는 거대 조류(메가트렌드)를 형성한다.
미국 국가정보위원회(NIC)가 10일 이런 내용의 보고서 '글로벌 트렌드 2030:대안의 세계'를 발표했다. 미국 16개 정보기관이 공동 집필한 보고서는 4년마다 대선이 끝난 뒤 발표돼 새 정부의 장기 전략에 활용된다. 166쪽으로 된 보고서는 NIC의 5번째 작업으로 세계 20개국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팍스 아메리카 종식
이번 보고서는 2008년 금융위기 때 미국의 영향력 쇠퇴에 따른 혼란을 예측했던 것에 비해 낙관적이다. 2030년이 되면 냉전붕괴 이후 형성된 미국 중심의 단극시대가 사라지고, 2차대전 이후 60년 이상 지속돼온 팍스 아메리카도 쇠퇴한다. 그러나 미국은 동급 최강으로서 글로벌 도전에 대응을 주도하는 유일한 중심국가로서의 역할을 한다. 미국을 대체할 국가가 없는 상황에서 미국의 붕괴 또는 갑작스런 쇠퇴는 세계를 무정부 상태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중국이 게임 체인저
중국은 구매력 기준 국내총생산(GDP)에서 2022년에 미국을 앞선다. 그러나 보고서는 중국의 힘과 영향력 확대에 대한 평가에서 이전보다 신중해졌다. 인구노령화, 환경오염, 민족주의 발호, 소요 가능성, 지역갈등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2030년이 중국에게는 최악, 또는 최상의 시기일 수 있다. 중국이 지속가능하고 혁신적인 경제로 변모하지 못하면 파장이 아시아 역내로 번진다. 극단적으로는 부유한 해안과 가난한 내륙 사이의 분열, 티베트 등의 분리주의로 중국은 붕괴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중국 지도부는 관심을 외부로 돌리기 위해 공세적으로 변한다. 이런 점에서 중국은 미래 판도를 좌우할 게임 체인저라고 보고서는 평했다.
동아시아의 미래
보고서는 동아시아에서 일어날 시나리오로 미국이 주도하는 현 질서 유지, 미국 쇠퇴 속에 일부 국가간 힘의 균형, 중국의 정치민주화에 따른 다원적 질서, 중국 중심의 질서 등 4가지를 제시했다. 인도 일본이 견제에 실패하면 중국 중심의 질서가 조성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미국 동맹국들이 중국에 능력과 의지에서 밀린다면 미국은 중국과의 직접 경쟁 위험을 감내하며 균형추 역할을 강화한다. 다만, 보고서는 한국 일본 등이 경제적으로는 중국에, 안보는 미국과 아시아 각국이 서로 의존하는 현재 패턴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다. 그러나 중국에서 경기침체로 소요사태가 발생하거나, 통일된 한국이 미국에서 멀어지는 전략적 조정을 하는 것 등은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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