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만들어 오래 파는 오페라의 시대가 한국에 안착한 거죠." (뮤지컬 평론가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
지난 7일 개막, 매진사례를 빚고 있는 '오페라의 유령'(사진)은 한국 뮤지컬 시장의 양적 성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5년 내한 때에도 흥행에 성공한 후 7 년만에 다시 찾은 이 작품에 대한 열기는 대단하다. 최저 5만원에서 16만원 상당의 VIP석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전자홀에서 빈 자리 찾기는 하늘의 별따기다.
보다 화려하고 정교해진 가면무도회 장면은 압도적이다. 거대한 계단 층층이 늘어선 남녀 귀족의 모습을 상상해 오던 유럽 귀족 사회를 코앞에서 화려하게 구현하고 있었다. '경매 번호 666'이란 표찰을 단 무게 1톤의 샹들리에가 들려져 희끄무레한 조명 아래서 천장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대목은 아날로그적 공포감마저 불러일으킨다.
역대 배우들 중 '최고의 팬텀'으로 평가 받는 브래드 리틀은 과연 존재감으로 빛난다. 바닥에서 천장까지 오르내리거나, 오케스트라 피트 바로 위에서 위태롭게 모형 위에 걸터앉아 가창력을 뽐낸다. 오리지널 팀이 직접 공연하지만 한국 관객을 위해 제작진은 대사 중 부다페스트 대신에 "강남"이라고 말하는 등'팬 서비스'를 펼친다. 단 바닥에서 촛대가 솟아오르는 장면은 브로드웨이 무대만큼 웅장하지 않다. 투어 전용 세트에는 관련 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전문 극장서의 장기 상연'과 '고급화'라는 두 마리 토끼가 이 무대에서 동시에 잡혔다. 디큐브와 함께 뮤지컬 전용 극장 시대의 쌍두마차를 구축, 효과는 물론 매출의 측면에서 시너지 효과를 발생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2001년 한국어 초연 당시 번역 작업에 참여한 원 교수는 "뮤지컬 '유령'은 한국에서 공연 예술이 시장과 상관없이 독립성을 갖고 움직인다는 증거"라고 했다.
국내 뮤지컬은 1년에 150여 편 제작된다. 서양 뮤지컬 시장의 존재감이 새삼 확인된 지금, 우리 뮤지컬도 뭔가 보여줄 때가 왔다.
장병욱 선임기자 aj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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