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 무료' '첫 달 500원에 추가 20% 할인' '첫 달 결제하면 둘째 달은 무료'
2013년을 눈앞에 둔 온라인 음악 사이트들이 할인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다. 내년 새해 첫날부터 디지털 음원 사용료 징수 규정이 바뀜에 따라 음악 상품 가격이 오르기 때문에 기존 고객 이탈을 막고 신규 고객을 미리 확보해 두기 위해서다.
멜론, 올레뮤직, 엠넷닷컴, 벅스 등 국내 주요 온라인 음악 서비스 제공업체들이 내년부터 선보일 신규 상품 발표를 앞두고 SMㆍYGㆍJYP 등 국내 주요 기획사의 음원 유통을 담당하고 있는 KMP홀딩스와 음원 단가 협상을 진행 중이다. 멜론 사업본부의 방지연 차장은 "현재 저작권자들과 단가에 대해 조율하고 있는 과정이라서 새 상품 가격을 확정하지 못했다"면서 "저작권자 중 사용자의 수요가 가장 많은 KMP홀딩스가 제시한 단가와 요율이 문화관광체육부의 규정보다 높아서 이를 수용할 경우 가격이 많이 오르게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음악 서비스 제공업체들은 내년 1월 1일 일제히 새 상품 가격을 확정하고 공개할 예정이다.
지난 6월 문화부는 온라인 음악 전송에 대한 사용료 징수규정 개정안을 승인했다. 100곡 이상 묶음 다운로드 상품은 디지털 음원 한 곡당 160원에서 105원으로 오르고 현재 월 9,000원에 판매되는 150곡 묶음 상품도 내년 1만 5,000원으로 오른다. 스트리밍 상품도 무제한 정액제를 유지하면서 곡당 12원 수준의 종량제가 도입된다.
권리자의 몫도 다운로드 54%, 스트리밍 42%에서 공히 60%(저작자 10%, 제작자 44%, 실연자 6%)로 상향 조정됐다. 업계에 따르면 KMP홀딩스는 스트리밍 47%, 다운로드 54%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액에서 제작자의 몫이 늘어나면 그만큼 음악 사이트의 몫이 줄어들거나 가격이 올라가게 된다.
KMP홀딩스는 아이튠스 등 해외 음악 서비스 업체들의 국내 진출에 앞서 국제적 기준에 근접한 단가와 요율을 제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신상규 KMP홀딩스 음악사업부문 팀장은 "묶음상품의 경우 새 규정에 근접한 단가를 제시했으나 곡ㆍ앨범의 단품 판매일 경우 해외 기준에 맞추지 않으면 아이튠스 등과 경쟁하기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싸이는 '강남스타일'로 국내에선 360만건의 다운로드에도 수입이 1억 원이 채 안 되지만 해외에선 290만건의 다운로드를 통해 28억원을 벌어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국내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정액제가 차지하는 비중은 86%에 달한다.
디지털 음원을 헐값으로 사고 팔던 온라인 음악 시장은 징수 규정 변경에 따라 내년부터 큰 변화를 맞을 것으로 예상된다. KMP홀딩스가 제시한 단가를 업체들이 수용할 경우 가격이 큰 폭으로 오르는 한편 한국음악저작권협회와 한국음악실연자연합회, 한국음원제작자협회 등 음악 저작권 3개 단체의 반발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KT뮤직(올레뮤직)이 최근 KMP홀딩스를 인수함에 따라 업체들 간의 입장 차이도 커질 전망이다.
음원 사이트의 정액제를 반대하는 뮤지션들도 점점 늘고 있다. 지난 5월 퓨전 재즈 밴드 봄여름가을겨울이 정액제를 반대하며 디지털 음원 서비스 중지를 요청한 데 이어 최근 인디 밴드 갤럭시 익스프레스와 해리 빅 버튼, 힙합 가수 비프리가 묶음판매와 무제한 스트리밍 서비스에 음원을 제공하지 않고 종량제를 통해 곡 단위로만 판매하기로 했다. 이 같은 움직임이 주류 음악 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상규 팀장은 "대형 기획사 소속 가수의 앨범이라 하더라도 일정 기간 정액제 상품에서 제외시키는 홀드백 제도를 적용하거나 종량제로만 서비스하는 경우가 늘어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다"고 말했다.
고경석기자 kav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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