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단기 저항선인 1,080원이 무너진 이래 가파른 하락세를 보일 조짐이다. 그제 전날 대비 2.7원 내리면서 지난해 9월9일(1,077원30전) 이후 15개월 만에 1,079.0원까지 낮아진 원ㆍ달러 환율은 어제도 속락해 1,076.7원까지 빠졌다. 최근 환율 하락(원화 절상)은 미국의 3차 양적완화(QE3) 등 선진국들의 잇단 금융완화로 풍부해진 해외 유동성이 대거 국내에 유입되는데 따른 현상이다. 무엇보다 환율 급변동으로 시장이 투기적 양상을 띠지 않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
외국인들로서는 원화가 매력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불황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는 올해도 약 400억 달러의 경상 흑자를 내다보고 있다. 재정건전성 역시 굳건해 국가 신용등급의 추가 상향도 가능하다. 금리도 선진국에 비해 높다. 시장에선 적정환율을 1,050원대로 보고 있다. 그러다 보니 외국인은 원화 절상과 투자 차익을 함께 노려 원화 자산을 대거 매입하고 있는 중이다. 올 들어 외국인의 국내 채권 순매입 금액만도 5조4,000억 원이며, 주식은 이달 들어 1조3,000억 원 이상 순매수 한 상태다
국내 수출업체가 달러 수출대금을 원화로 바꾸려는 네고물량도 환율 하락세를 이끌고 있다. 기업들로서도 환전을 서두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 3차 양적완화를 발표한 9월13일 원ㆍ달러 환율은 1,128.4원이었다. 이후 원화는 약 4.2% 절상돼 세계 주요 통화 중 최대 절상률을 나타냈다. 중국 위안화가 1.7% 오른 데 그치고, 일본 엔화는 오히려 5.6% 가량 절하된 걸 감안하면 예사롭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달 은행 선물환 포지션(은행 자기자본 대비 선물환 보유액 비율) 한도를 25% 삭감해 원화 매입수요를 줄이는 조치에 들어갔다. 시장 상황에 따라선 추가 규제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부 조치의 관건은 타이밍이다. 규제가 됐든, 직접 개입이 됐든 시장에서 달러 매도ㆍ원화 매입의 '일방베팅'이 나타나지 않도록 긴밀한 선제조치를 가동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