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 제조기' 류현진(25)이 또 한번 한국 프로야구 역사를 새롭게 썼다.
류현진은 10일 오전(한국시간) 극적으로 LA 다저스와 연봉 협상을 마무리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의 꿈을 이뤘다. 메이저리그 사무국은 이날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히며 계약 기간 6년에, 총액 3,600만 달러(약 390억원)를 받는 조건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별도로 류현진은 매년 투구 이닝에 따른 보너스로 100만 달러도 받기로 했는데 보너스까지 챙길 수 있는 최대 액수는 4,200만 달러(453억원)다.
또 미국 CBS스포츠는 류현진이 계약 기간 5년을 채우면 이후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요구할 수 있는 '옵트아웃(opt out)' 조항을 이번 계약에 넣었다고 밝혔다. 이는 5년간 750이닝(연평균 150이닝) 이상을 던지면 계약 기간에 상관없이 FA로 풀리는 것으로, 한국에서 평균 181이닝을 던진 류현진에게 크게 손해볼 게 없는 조건이다.
류현진의 연봉 총액은 포스팅시스템(비공개 경쟁 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 중 역대 세 번째에 해당한다. 일본인 투수 다르빗슈 유(텍사스ㆍ6년간 6,000만달러)와 마쓰자카 다이스케(보스턴ㆍ6년간 5,200만달러)만 류현진 보다 높을 뿐 '안타 제조기' 스즈키 이치로(시애틀ㆍ3년 1,400만달러)도 '괴물'의 아래였다. 그 동안 일본 야구와 한국 야구의 보이지 않는 수준 차가 있었다는 점에서 류현진은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의 선입견을 과감히 깨트렸다.
특히 LA 다저스 입단은 한국 프로야구사에 큰 획을 긋는 일대 사건이다. 출범 31년째를 맞은 프로야구에서 국내 무대를 거쳐 메이저리그에 직행한 선수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지난 2009년 101달러를 받고 세인트루이스에 입단한 최향남(KIA)이 유일한 성공 사례로 꼽히지만 메이저리그 마운드는 밟지 못했다. 국가대표 에이스 류현진이 한국 프로야구의 위상을 한껏 드높인 셈이다.
물론 한국인 메이저리거는 많았다. 박찬호(전 한화), 이상훈(전 LG)과 구대성(시드니) 김병현(넥센), 서재응(KIA), 김선우(두산), 봉중근(LG) 등 투수들과 함께 추신수(클리블랜드), 최희섭(KIA) 등도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았다. 하지만 대부분 아마 시절 메이저리그 구단에 스카우트 돼 한국 프로 무대를 경험하지 못했거나 이상훈과 구대성처럼 일본 프로야구를 경유한 뒤 '꿈의 무대'에 입성한 사례들이다.
류현진이 '개척자' 역할을 하면서 빅리그 진출을 노리는 어린 선수들의 마음 가짐도 달라지게 됐다. 국내 무대에서 최고로 자리를 잡은 한국 선수가 가치를 인정받아 높은 금액을 받고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는 사실은 한국 프로야구에 대한 평가가 상향 조정됐다는 의미다. 때문에 예전처럼 어린 나이에 굳이 미국으로 건너가지 않아도 한국 프로야구에서 충분히 자신의 진가를 보인 뒤 포스팅 혹은 자유계약(FA)을 통해 미국으로 진출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졌다.
인천 창영초등학교 3학년 때 정식으로 야구를 시작한 류현진은 동산중ㆍ고를 거쳐 2006년 한화 유니폼을 입고 프로 무대에 데뷔했다. 왼손 투수로는 드물게 시속 150㎞에 육박하는 빠른 볼을 던지고 커브, 체인지업, 슬라이더 등 다양한 변화구까지 구사한다.
류현진은 프로 데뷔 첫 해부터 신인 최다승 타이 기록인 18승을 올리는 등 다승, 평균자책점(2.23), 최다 삼진(204개) 타이틀을 독식해 투수 부문 3관왕을 차지하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한국프로야구 최초로 정규 시즌 최우수선수상(MVP)과 신인선수상을 동시에 거머쥐는 영예도 안았다. 류현진은 한국프로야구에서 통산 7시즌을 뛰는 동안 190경기에 출전해 98승52패1세이브, 평균자책점 2.80, 삼진 1,238개를 기록했다. 류현진은 다저스에서도 한화에서 달던 99번의 등번호를 받았다.
함태수기자 hts7@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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